(다시 불붙은 공매도 논란)②총체적 부실 드러낸 '당국-유관기관-증권사'

당국 허술한 관리 도마 위…"증권 시스템 전반의 문제"

입력 : 2018-04-10 오후 5:33:56
[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태는 증권사의 내부통제 뿐 아니라 주식 거래시스템 전체의 부실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라는 평가다. 한 증권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당국과 증권유관기관의 총체적 문제점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사고 하루 전 입력 오류 감지 못해
이번 사태는 지난 6일 삼성증권이 우리사주조합 소속 직원 2018명에게 1주당 1000원의 배당금 대신 1000주의 주식을 잘못 지급하면서 시작됐다. 그보다 하루 전인 5일 담당직원은 우리사주 조합원들에게 현금배당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현금 아닌 주식을 배당하는 잘못을 했으나 사내 시스템에서 오류를 감지하지 못했다.
 
우리사주에 지급돼야 할 배당금은 28억3162억원인데 28억3162만주(5일 종가 기준 약 112조원)가 지급됐다. 이후 삼성증권 직원들은 잘못 입력됐던 주식수의 0.18%에 해당하는 501만2000주를 매도했다. 당일인 6일 거래된 전체 삼성증권 주식은 2080만8991주로 집계됐다. 삼성증권 전체 상장 주식 수(8930만주)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하며 하루 전인 5일 거래량 50만주의 40배에 달한다. 총 매도 금액은 7851억2962만원으로 6일 오전 한때 삼성증권 주가는 12% 가까이 폭락했다. 잘못 지급된 501만주를 제외하고도 1500만주 이상이 주가 급락에 놀란 주주들에 의해 매도됐다.
 
삼성증권은 9일 '투자자 피해구제 전담반'을 설치해 피해자 구제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고발생일인 6일 이후 9일 오후 4시까지 총 180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직접적인 피해사례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해 삼성증권이 피해 여부를 판단해 보상여부를 쉽사리 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아무리 삼성증권이라고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인한 금전적인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로펌을 중심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법무법인 한별은 지난 8일부터 피해를 입은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관리감독 책임 당국, 뒤늦은 점검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 근본적인 시스템 개편을 위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점검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증권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밝히고, "다른 증권사들도 발행회사로서의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업무를 동일한 시스템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사주 조합 증권사가 다수 있는 만큼 삼성증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에도 이러한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증권 거래시스템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금감원은 매년 증권사 등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종합검사, 테마검사 등을 진행해 시스템 전반을 살펴보고 있지만, 그동안 배당 관련 시스템이나 그와 관련된 내부통제 미비 상황에 대한 지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울러 금감원이 지난달 발표한 올해 금융투자회사 5대 중점검사 사항에 '내부통제 운영의 적정성'이 포함돼 있어 그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본시장의 핵심은 거래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안정성인데 관리·감독 업무를 맡은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일차적으로 삼성증권의 문제지만 증권거래 시스템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금감원이 지난 2015년 이후 관련시스템 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지 이틀이 지나서야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초기 대응이 잘못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사건 당일인 6일 금감원은 삼성증권을 통해 사고원인과 사후수습 등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이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연 것은 그로부터 이틀이 흐른 8일이었다.
 
이를 두고 금융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에 비해 지나치게 소극적인 대응이라며 당국을 비판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이정도 초유의 사태라면 사건 발생 당일 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을 장악해서 모든 처리과정을 감독하는 등 적극적으로 처리했어야 할 사안"이라며 "최근 하나은행에 2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15일간 일년치 채용비리를 검사한 것과 비교해 보면, 금감원이 제대로 된 기준과 판단 없이 일하고 있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이번 사건을 두고 금감원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되 우리사주조합 현금배당 문제를 포함해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에 대하여 점검하고 이를 통해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가 10일 오전 열린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회사 대표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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