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세월호 4주기 진혼식과 영결식 등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번 행사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수립에 있어 끝이 아닌 시작임을 다짐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무겁고 슬픈 공기를 어떻게든 감내하려는 분위기였다. 행사를 시작하기 전 곳곳에서 유가족들은 서로를 안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시민들은 행사장 내부로 들어가거나, 혹은 외부에서 서성이면서 슬픔에 공감하고 있었다.
4·16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이 열린 16일 오후 경기 안산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헌화 및 분향을 하며 슬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전 진혼식…시민들, 차마 못 들어가
오후 영결식에 앞서, 오전 합동분향소에서 엄수된 진혼식에는 유족과 종교단체 관계자 등 수십명이 모였다. 영정을 하나씩 옮기고 제례가 치러지는 동안 행사장 내부에는 상대적으로 소수 인원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행사장 울타리 바로 바깥과 언덕에도 이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이 수십명 있었다.
안산 시민 이정훈(40)씨는 지나가던 길에 제례식이 눈에 들어오자 울타리 바깥에서 서성이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옮기려고 몇 걸음 옮기다가 다시 들여다보는 모습이었다. 이씨는 “3시 참석 여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예 행사장 바깥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시민도 있었다. 안산시에 거주하다 바로 옆에 있는 시흥시 시화로 이사한 채승석(41)씨는 해마다 벚꽃이 필 때쯤이면 화랑유원지를 찾는다. 꽃 구경을 하려는 게 아니라, 세월호 관련 행사 근처를 서성이기 위해서다. 이날에도 3살쯤된 아들과 와서 조명에 붙은 행사 일정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채씨는 “큰집에서 안타까운 소식을 많이 들었지만, 유가족에게 뭘 해줄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맘이 안좋다”는 말을 반복했다.
영결식에 앞서 세월호 특별전을 관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곁’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열린 특별전은 참사 직후 안산을 비롯한 전국에서 있었던 세월호 유가족과의 연대 움직임과 타임라인을 다뤘다. 관객들은 뚫어져라 타임라인들을 들여다보며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바쁜 일과로 인해 오전 진혼식과 오후 영결식 모두 참여하지 못했지만, 슬픔을 함께하는 시민도 있었다. 인천에서 온 정가은(27)씨는 행사장 바깥에 있는 벤치에 앉아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
4.16 세월호 참사 4주기인 16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에서 유가족들이 헌화 및 분향을 하며 슬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거운 공기·오열 속에 치러진 영결식
점심 시간이 지날 무렵부터 인파가 조금씩 모여들었다. 2시30분 가까워서는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국민추모행진 등 각종 단체의 인파들이 모여들었다. 유가족들은 “고생하십니다”라고 하며 행진 참여자들을 격려하고 웃어보였다.
3시 정각 사이렌이 울리자, 10대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청중이 묵념했다. 같은 시간 단원고 학생 수백명이 물밀듯이 몰려들어와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 외에도 청중으로 하나둘 합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행사장 내부에는 수백명이 서 있었던 것은 물론, 울타리 바깥에도 수십명이 서 있었으며, 언덕에도 등산복을 입은 중장년·노년층 100여명이 앉거나 서서 행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에도 행사장 왼쪽 뒤편 자리가 군데군데 비어있었지만, 좀처럼 채워지지 않아 차마 내부까지 들어오기 힘든 분위기임을 짐작케 했다.
묵념하는 시간은 3시 정각이었지만, 10여분 뒤 이낙연 국무총리가 조사를 낭독할 때도 곳곳에서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군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 총리가 조사 초반부 250명 학생의 희생을 언급하며 “미안합니다”라고 하자 한 중년 여성이 손수건으로 얼굴을 덮은 채 오열했다. 이외에도 조사를 낭독하는 동안 훌쩍이는 소리들이 들렸다.
세월호 참사 4주기인 16일 오후 단원고등학교 재학생과 교직원들이 경기 안산 세월호참사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희생자 유가족의 추도사 때에 공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전명선 4·16세월호참사 피해자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추도사를 마무리하면서 “사랑하는”이라고 말하며 울컥하자 지켜보던 한 여성도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전 위원장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말하며 울먹이자 한숨을 거듭 내쉬는 장년 남성이 있었다.
이후 종교의식 중 첫 번째로 거행된 불교 의식이 끝나자 한 유가족이 행사장을 빠져나와 담배를 피웠다. 행사 마지막에 정부와 국민 대표 등이 헌화·분향을 진행하자 유가족들은 참았던 울음·오열을 터뜨렸다.
유가족들은 참사와 관련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다가, 4·16 생명안전공원 조성을 촉구했다. 단원고 2학년 2반 남지현 희생자의 언니인 남서현씨는 추도편지글을 낭독했다. 남씨는 “지현아 언니가 약속할게, 추모 시설과 봉안 시설이 우리가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도록 포기하지 않을거야”라며 “왜 침몰했는지, 왜 구하지 않았는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제 시작이야”라고 말했다. 이어 “시작을 이렇게 많은 사람과 해서 언니는 잘 버티고 잘 싸울 수 있어”라며 “4년 동안 언니의 온 세상은 너였어 그래서 미안하다”라고 낭독을 마무리하면서 훌쩍였다.
4·16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이 열린 16일 오후 경기 안산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수 많은 시민들이 아이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진상규명이 되돌이표가 됐다"
시민들도 이번 행사가 끝이 아닌 시작이기를 바라는 모습이었다. 서울에서 친구와 같이 온 김씨(43)는 “진상을 다 밝혔다 싶었는데,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 걸음 다가가면 진상이 뒤로 물러나는 느낌”이라며 “영화 ‘그날 바다’를 본 친구들도 ‘진상이 되돌이표가 됐다’고 말하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맑고 건강한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솔직히 해결된 건 별로 없잖아요”라며 “진상규명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안산 시민들은 추모공원 조성 이슈에 몸을 사리는 분위기였다. 이씨는 “제 주변부터가 찬반이 갈리는 일”이라며 “국가 일이든 안산 일이든 한쪽 말만 듣지 말고 처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안산=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