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최서윤 기자] 한미 양국이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을 동시에 언급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종전 선언 가능성에 대한 전망과 쟁점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18일 남북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가 비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날(현지시간) 발언을 확인했다. 이는 북미 평화협정 체결에 앞서 6·25 종전 선언에 대한 미국의 공개적 지지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선비핵화’를 언급하며 종전 선언에 협조적이지 않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평화협정은 당장 어려워도 종전하자고 선언하는 것은 된다고 본다”며 “남북 간 핫라인 설치, 신뢰 구축 등 지금 분위기로 보면 (종전 선언으로) 가고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종전을 하면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거론하는 ‘체제 안전 보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시작점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종전 선언이란 것은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서 전쟁을 끝낸다는 선언적 의미”라며 “협정이 아니고 선언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법적 구속력은 없고. 정치적 의지 표시다. 평화협정 과정이 너무 길어서 서로 적대관계를 유지하지 않기로 해소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는 단계적 한반도 평화정착 구상을 그려왔다.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의지를 토대로 구체적인 비핵화 프로세스에 착수하는 동시에, 평화협정 체결 등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단계적으로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종전 논의를 진행하고 이후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 논의들을 기정사실화한 뒤 남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을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어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을 통한 공동선언 형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남북이 모든 것을 종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종전 선언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간 발표된 ‘10·4 정상선언’에서 얘기했듯이 남북한이 논의하고 이어 남북미, 그 다음에 남북미중이 회담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나중에 평화협정은 9·19 공동성명처럼 일본, 러시아와 함께 6자 회담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종전이 완료되려면 유엔사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은 “종전 선언은 선언적으로 할 수 있지만 평화체제로 이전하는 데 절차가 복잡하다”며 “협정, 교섭 등 여러 법적·제도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진 소장은 “전쟁 당사자들이 서로 타협하는 가운데 현재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에 있는 유엔사가 철수해야 한다”며 “대신 평화체제를 보장할 수 있도록, 향후 외국군 주둔 문제에 대해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전이 현실화하면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과 남북 경제 공동체 추진, 군사적 적대 행위 중단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평화체제 협상이 시작되면서 북미 간 불가침 합의 및 국교 정상화,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합동군사훈련 여부, 남북 간 해상 불가침 경계선 확정,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로의 전환, 군비통제,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등이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군 경비병들이 지난달 28일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 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측 군사분계선 앞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최서윤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