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산업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성장하려면 신약개발 연구개발(R&D)을 국가 차원에서 전폭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R&D 예산 규모가 적을 뿐더러 이마저도 부처별로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효율적으로 예산을 분배하고 집행할 컨트롤타워 역할이 절실하지만, 당장 컨트롤타워가 가동되더라도 부처별 연구개발(R&D) 예산 통합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래산업으로 각광받는 제약·바이오산업을 제대로 육성하려면 무엇보다 중복투자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편집자)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제약·바이오 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부의 R&D 예산이 부처별로 산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규모도 적을 뿐더러 효율적으로 예산을 분배하고 집행할 컨트롤타워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1일 <뉴스토마토>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정부가 신약개발에 투자한 예산은 2016년 3059억원으로 조사됐다. 신약개발 부문이 국가 R&D 전체 예산(19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다. BT(생명과학) 예산(3조3341억원) 대비로는 9.2% 수준이다.
신약개발 지원 부처도 제각각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주요 부처별 신약개발 예산은 과기정통부가 1214억원, 복지부가 273억원, 산자부가 200억원, 식약처가 200억원이다. 여기에 과기정통부, 산자부, 복지부가 예산을 모은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도 273억원을 투자했다. 2012~2016년 누적 신약개발 예산은 복지부가 6219억원, 과기정통부가 4088억원, 산자부가 1374억원,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이 1316억원, 식약처가 945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제약기업 등 민간에서 신약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1조297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신약개발 R&D 비용에서 정부 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정부/(정부+민간))은 19%다. 하지만 절대적인 비용은 선진국에 비해 영세한 수준을 보였다. 미국 정부가 신약개발 R&D에 투자하는 비용은 2014년 301억달러(약 32조원)에 달한다. 일본도 3408억엔(약 3조3700억원)을 신약개발 R&D 예산으로 배정했다.
정부 예산과 민간 R&D 비용을 다 합쳐도 글로벌 1위 제약기업인 미국계 화이자제약의 한해 R&D 비용인 78억달러(약 8조3000억원)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R&D 투자 1위인 한미약품이 매년 1500억원 이상 정도를 연구개발비로 사용하고 있다.
절대적인 투자금이 부족해 신약개발 성공률도 낮다는 설명이다. 신약개발은 기술집약적 사업이어서 막대한 비용 투자와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하다. 내수용 신약 1개를 개발하기 위해 10~15년 동안 300억~500억원을 투자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해외에서 임상 1~3상을 모두 진행하려면 5000억~1조원 이상 비용을 사용해야 한다. 신약탐색부터 신약이 탄생하기까지 과정을 전부 진행시키기 위해선 막대한 R&D 비용 투자가 필요하다. 영세한 규모로는 신약개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개발에 성공한 신약은 29개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절대적으로 R&D 예산이 적은 상황에서 과기정통부, 산자부, 복지부 등이 제각각 신약개발 예산을 지원하고 있어 중복투자가 되는 상황"이라며 "제도적 지원과 재정적 지원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R&D 부문에 대한 정부 재정 투입이 적을 뿐더러 예산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컨트롤타워 설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인 '2017년 바이오코리아' 개최 장면.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