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김응태 기자] 송도국제도시 청사진을 보고 송도로 이사 온 주민들은 개발 지연에 속만 타들어 가고 있다. 상업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서 생활에 불편을 겪는 데다 당초 개발 계획과 다른 모습에 실망감이 커졌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송도국제도시의 인구는 지난달말 기준 12만8565명(외국인 2953명 포함)이다. 개발이 시작되던 해인 2003년 2000여명에 불과했던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송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인구 증가와 굵직한 개발 호재로 부동산 열기도 뜨거웠다. 2008년 이전까지 송도 부동산시장은 수천만원에서 억대까지 프리미엄이 붙는 '로또 시장'이었다. 2007년 송도의 한 오피스텔은 4000대 1을 넘는 사상 최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국제업무지구인 1, 3공구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 수요도 몰렸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2008년 이전에는 사상 최대 청약경쟁률이 나올 만큼 당시 송도에 대한 기대가 컸다"며 "20평대(84㎡) 아파트가 6억원대까지 거래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개발 구역 곳곳에서 잡음이 생기며 부동산 열기도 급속도로 식었다. 당시 분양가보다 1억원 이상 떨어진 아파트도 비일비재했다. 1공구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 당시에는 '묻지마 청약'으로 거품이 꼈을 수도 있겠지만 2008년 이후 송도 개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영향이 컸고, 당시 아파트 가격이 절반가량 떨어진 곳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2014년 송도가 재조명을 받았지만 잠시였다. 기업체들이 둥지를 틀고 송도의 경관이 각종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당시 기점으로 송도 부동산시장이 다시 뜨거워졌다. 하지만 각종 개발 사업이 좌초되면서 결국 과거 명성 회복에 실패했다. 현재는 송도 집값이 활황일 당시 분양가보다 2억원 가량 내려 앉은 곳도 있다. 1공구 내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2007년 당시 분양가 7억6000만원(167㎡ 기준)에 달하던 것이 현재는 평균 매매가 5억7500만원에 그친다.
송도 주민들은 2020년까지 개발이 완료될 것이란 기대를 버린지 오래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하루빨리 송도개발이 다시 진행되기만을 바랐다.
개발 과정에서 당초 협약을 맺은 시행사가 아닌 제3자에게 땅을 매각하면서 도시 경관을 해쳤다는 주민 불만도 있다. 이들은 땅 주인이 바뀌면 전체 도시개발의 방향보다 수익성이 먼저 고려된다는 점을 우려한다. 인천 내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업지별로 전담하는 시행사가 있지 않으면 각 사업자들은 매입한 구역에서만 수익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며 "사업지를 쪼개게 되면서 연계 개발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전체 큰 그림과 다르게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도개발은 면적이 넓은 만큼 연계형 개발을 추구해왔다. 주거시설에 대한 개발수익으로 다른 시설 개발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채드윅송도국제학교, 니트타워, 센트럴파크, 컨벤시아(1단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포스코자사고 건물, 아트센터(1단계) 등이 이 같은 방식으로 개발이 완료됐다.
하지만 개발이 난항을 겪으면서 연계형 개발도 삐걱댔다. 랜드마크시티의 경우 주거단지를 개발해 일부 이익으로 인천타워를 세우기로 했지만 무산됐다. 송도 거주 주민은 "사업 주도권이 다른 기업들에게 자꾸 넘어가면 개발 계획이 바뀐다"며 "인천타워는 송도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는데 무산된 것은 송도개발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친다. 주민들은 원안대로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행권이 제3자에게 넘어가면서 당초 계획했던 도시개발 모습과 다른 결과를 낳고 있는 형국이다. 또다른 주민은 "같은 송도국제도시 안에서도 다른 기업에 매각된 아파트와 초기 설계대로 개발된 아파트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다른 시행사에 넘어간 부지에는 설계부터 자재까지 규격화된 아파트만 세워져 송도 만의 차별화가 없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말 포스코건설이 국제업무지구내 B2블록을 또 다른 사업자에게 매각할 때 주민 반발이 일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송도 주민들로 구성된 단체인 올댓송도의 김성훈 대표는 "송도개발 시작은 인천 먹거리를 찾고자 함이었는데, 그동안 길을 잃고 너무 많이 헤맸다"며 "중단되고 변질된 국제업무지구, 랜드마크시티에 재시동을 걸어 그 이익이 인천 전역에 퍼지며 상향평준화된 도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효정·김응태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