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삼성전자가 또 다시 사상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주역은 이번에도 반도체였다. 반도체에서만 영업이익을 11조원 넘게 벌어들이며 실적행진을 주도했다.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도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실적으로 힘을 보탰다. 갤럭시S9 시리즈의 조기출격 덕분이다.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5G 등 신시장에서 역량을 강화해 연간 영업이익 60조원 돌파에 도전한다.
삼성전자는 26일 매출액 60조5600억원, 영업이익 15조6000억원의 1분기 경영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65조9800억원)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전년 동기보다는 19.8%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8%, 전분기 대비해서도 3.3% 늘었다. 이에 따라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영업이익률은 25.8%라는 신기원을 써냈다.
실적의 1등 공신은 반도체였다. 매출 20조7800억원, 영업이익 11조55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74%가 반도체에서 나왔다.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서버 중심의 수요 강세로 메모리반도체 시황 호조세가 이어졌다. 낸드플래시는 모바일용 수요가 둔화됐지만, 클라우드 인프라 확대에 따른 고용량 솔루션 제품의 수요가 이를 충분히 만회했다. D램은 32GB 이상 고용량 서버 D램과 저전력 LPDDR4X 기반의 uMCP, HBM2 등 고부가 제품 시장에 집중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이에 반도체사업 영업이익률은 55.6%에 달했다. 2분기에도 메모리반도체 호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서버 수요 강세 지속과 모바일 시장 수요 회복으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의 IM부문은 갤럭시S9 시리즈의 조기출시와 갤럭시S8 등 기존 제품의 견조한 판매에 힘입어 매출 28조4500억원, 영업이익 3조7700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잣대인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82% 상승하면서 시장 기대치인 3조원 중반대를 웃돌았다.
디스플레이와 가전은 다소 주춤했다. 디스플레이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5400억원, 4100억원에 그쳤다. 애플향 OLED 출하량 감소로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1조원, 전년 동기 대비로는 9000억원 감소했다. 소비자가전(CE)부문 역시 매출 9조7400억원, 영업이익 2800억원에 그쳤다. 중저가 TV 라인업 축소 등의 재편 작업과 생활가전의 수익성 둔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LG전자는 TV와 가전에서 승승장구해, 삼성전자의 전통적 간판 위상에도 금이 갔다.
삼성전자가 1분기 쾌조의 스타트를 보이면서 연간 영업이익 60조원 돌파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증권업계가 내놓은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액·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각각 258조원과 63조7000억원이다. 상고하저가 유력됐던 반도체시장이 서버향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 전망이 밝은 게 힘이 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D램 시장의 비트그로스(비트단위 환산 성장률)는 약 20% 성장하고 우리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의 비트그로스는 약 40%로 전망했다.
다만, 원화강세가 이어지는 환율은 불안 요인이다. 1분기만 원화강세로 전분기 대비 6000억원 규모의 부정적 환영향이 발생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