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앞둔 건설현장…하청업체 피해 우려

최저 입찰 방식…비용증가, 고스란히 감당할 몫

입력 : 2018-04-26 오후 5:22:27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공사현장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시작되면 당장 피해를 보는 곳은 현장 직원들이 많은 하청업체다. 근로시간 단축은 7월부터 시행되는데 현재 대형건설사와 계약한 사업은 최소 1년 이상 계약금액 그대로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공사비용 증가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특히 하청업체는 최저 입찰제로 대형건설사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으로 늘어나는 비용을 향후 입찰금액에 집어넣기도 힘들다.”
 
석자재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하청업체 김모씨(65세)는 26일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대형건설사들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피해를 본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실제 정책 시행 이후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은 하청업체라는 얘기다. 시간이 지나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 증가분이 입찰가격에 반영될 수도 있지만 몇 년이 걸릴지 혹은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근로시간 52시간 단축과 관련해 건설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형건설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대한건설협회는 국회 등을 찾아다니며 보완책을 마련해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에 공감한다”면서도 “적정 공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시간이 줄면, 품질 저하와 안전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공사는 비용 증가로 수주 경쟁력이 떨어지고 공사 지연으로 보상금을 내야 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염려다.
 
특히 당장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하청업체다. 이미 계약이 끝난 사업에 대해 공사비용 증가분을 추가할 수도 없고 이후 최저 입찰제로 이뤄지는 계약에서 입찰금액을 마음대로 올리기도 힘들다. 아울러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대부분이 하청업체 직원이나 하청업체가 고용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이라는 것도 부담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직접적인 비용은 당분간 하청업체가 부담해야 되는 구조다. 업계는 대형건설사의 현장 파견 본사 관리 인력이 1000가구 사업장 기준 20여명 수준인 것으로 가늠한다.
 
이 때문에 당장 비용을 늘리지 않고 공사를 끝내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 안에 효율을 높여 일을 진행시키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러나 건설현장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일을 몰아서 하기는 쉽지 않다. 현장 상황과 여건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인력을 무한정 투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건설현장 근로자 중 50대 이상 장년층이 많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이 우려하는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또 근로시간 단축이 일용직을 제외하고 계약직 직원들에게는 크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는 사업구조상 현장 계약직을 많이 뽑는다. 계약직의 경우 시간 단위로 계산해 월급을 산정하고 있다”며 “한달에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월급도 줄어들 수 있다. 새롭게 다시 계약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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