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5월 중 북한의 핵실험장을 공개폐쇄하고, 현재 30분 차이가 나는 남북의 표준시 역시 서울 기준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9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27일 문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부 핵 실험장 폐쇄를 5월 중 실행할 것이라며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조만간 북한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혔다”고 발표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오전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뜻을 밝히고 “일부에서 못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시설보다 더 큰 2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즉시 환영했고, 양 정상은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 초청 시점 등에 대해서는 북측이 준비되는 대로 일정을 협의키로 했다. 5월말·6월초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이 유력하다. 윤 수석은 “김 위원장의 핵 실험장 폐쇄 및 대외 공개 방침 천명은 향후 논의될 북한 핵의 검증 과정에서 선제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미국이 북에 대해 체질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와 대화를 해 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 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서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조선 전쟁의 아픈 역사는 되풀이하지 않겠다. 한 민족이 한 강토에서 다시는 피 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결코 무력 사용은 없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발적 군사충돌과 확전 위험이 문제인데, 이를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방지하는 실효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김 위원장은 현재 서울 표준시보다 30분 늦는 평양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에 맞추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는 향후 전개될 남북경협의 걸림돌을 사전에 제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 간 환담에서 “평화의 집 대기실에 시계가 2개 걸려 있었다. 하나는 서울 시간, 다른 하나는 평양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이를 보니 매우 가슴이 아팠다”며“북과 남의 시간부터 먼저 통일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여기에 한발 더 나가 “이건 같은 표준시를 쓰던 우리 측이 바꾼 것이니 우리가 원래대로 돌아가겠다”며 “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도 좋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표준시의 통일은 북측 내부적으로도 많은 행정적 어려움과 비용을 수반하는 문제”라며 “김 위원장이 이렇게 결정한 것은 국제사회와의 조화와 일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이자 향후 예상되는 남북, 북미 간 교류 협력의 장애물들을 제거하겠다는 결단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29일 오전 춘추관에서 남북정상회담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북한 핵실험장 폐쇄 시 대외 공개와 북한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로 통일하자는 제안이 있었다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