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신상윤 기자]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을 주장하며 촛불집회를 이어간다. 국회는 연석청문회를 열어 조 회장을 증언대에 세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론도 이미 싸늘해질 대로 싸늘해졌다. 조 회장의 퇴진 없이는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7일 대한항공직원연대(연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로 구성된 연대는 조 회장 일가 사퇴 때까지 촛불집회를 무기한 이어가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조 회장의 두 딸인 조현아 전 칼호텔 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지난달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연대는 조 회장과 그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퇴진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1차 촛불집회에서 시민 지원 등 동력을 확인한 만큼 두려움도 사라졌다. 연대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300여명이 넘는 대한항공 직원과 일반 시민들이 '조양호 아웃'을 외쳤다. 이번주 열릴 예정인 2차 촛불집회에는 더 많은 인원의 참가가 예상된다. 조 회장 일가의 비리 수집과 언론 제보 등을 위해 개설된 익명의 채팅방에는 2차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과 시민들이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뉴시스
일반 시민들도 대한항공 직원들을 거들고 나섰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신분 노출을 우려해 가면을 쓰고 집회 장소에 나타나자, 함께 가면을 쓰는가 하면 응원의 박수로 힘을 보탰다. 시민들은 연일 언론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조 회장 일가의 갑질 횡포에 분개했고, 본지 보도를 통해 최초로 제기된 명품 밀반입 의혹에 대해서는 사법당국의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시민 참여는 금전적 후원으로 이어졌다. 한 언론사가 모집한 온라인 펀딩 '대한항공판 브이 포 벤데타, 을의 반격'에는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30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였다. 당초 계획한 목표 모금액 1000만원을 3배가량 초과했다. 목표 모금액은 펀딩을 개시한 지 100여분 만에 달성됐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1차 집회에서 쓰고 나온 '브이 포 벤데타' 가면이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여론이 조 회장 일가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하자 정치권도 움직임에 나섰다. 정의당은 조 회장 일가의 갑질 및 밀수 의혹 등을 국회 차원에서 조사하기 위해 연석청문회를 추진 중이다.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회 4곳이 참여하는 청문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4년 12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의당은 연석청문회 개최 및 조 회장의 증인 채택을 위해 여야의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공동으로 원내교섭단체(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를 꾸린 민주평화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적극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건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입장이 될 전망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물밑에서 제안이 들어갔다"며 "국회가 정상화되는 대로 연석청문회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태우·신상윤 기자 good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