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자살 공화국' 오명을 벗기 위해 민·관이 손을 잡았다. 특히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한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해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가 출범,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자살예방 목적의 민관협의회가 구성된 것은 처음으로, 구체적인 자살예방 대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13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연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092명으로 하루 평균 3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은 25.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1명의 2배 이상이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2.5배나 높은 수치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평균보다 높으면서 13년째 'OECD 자살률 1위 국가', '자살 공화국' 등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해 올 초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은 오는 2022년까지 자살률을 17명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담고 있다.
해결 방안 중 하나가 민관협의회다. 정부는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의 후속조치로, 정부·종교계·경제계·노동계·언론계·전문가단체·협력기관 등이 모여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를 만들었다. 협의회는 정부뿐 아니라 사회 전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범, 지난 10일 발대식도 가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자살률의 획기적인 감소를 위해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민·관의 협력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시작 단계이지만,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는 자살예방 사업 차원에서 민·관 협력이 활발히 이뤄진 지 오래다. 최근 12년 새 자살률 30% 감소를 이뤄낸 일본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직능 단체와 민간단체를 자살예방 사업에 참여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관계기관 연계와 정보 제공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5년까지 연간 자살률 20% 감소라는 목표 아래 민관 협력체에 자살 데이터 수집·개선, 지역 특성에 맞는 지침 개발 등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출범한 민관협력체 'The National Action Alliance for Suicide Prevention'에는 250개가 넘는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는 우선 단순 협력뿐 아니라 구체적인 자살예방 대책 등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7개 세부 부문별로 실무협의회를 분기별로 개최하고 각 부문이 참여할 수 있는 자살예방 사업 방안을 수립ㆍ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종교 방송을 활용해서 자살예방 캠페인 영상을 송출하거나 협의회 소속 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민간기관에서는 자살예방 사업이 활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민간의 노하우를 더해 내실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실제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등에서는 '라이프호프 자살유가족 회복 프로젝트' 등 수많은 자살예방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협의회) 참여기관 중에는 협의회 구성 이전에도 자살예방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관들도 많아 앞으로의 협의회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종교계·노동계 등 민간이 지난 10일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발대식을 갖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