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조선 '빅3'가 일감부족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나란히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일감부족에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있지만 보릿고개 넘기가 쉽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15일 매출액 2조2561억원, 영업이익 298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263억원을 기록, 흑자로 돌아섰다.
이조차 온전히 경영실적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 스스로도 2015년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 등 원가를 절감하는 자구계획 이행에 힘입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매각된 시추선 매각금 등도 수익에 반영됐다. 대규모 대손충당금 환입 등으로 인한 장부 효과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실제 업황은 바닥이다. 지난 2015년 하반기부터 계속된 수주절벽의 한파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 현대중공업(-1238억원)과 삼성중공업(-478억원)도 1분기 나란히 적자를 냈다.
조선 3사 수주잔량. 제작/뉴스토마토
올해 들어 수주가 소폭 회복됐지만 조선 '빅3'의 수주잔량은 여전히 감소세다. 지난 3월 말 기준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포함) 수주잔량은 301억달러(254척)다. 전년 동기 444억달러(258척)와 비교하면 3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은 325억달러(106척)에서 226억달러(97척)로, 삼성중공업은 265억달러(78척)에서 192억달러(72척)으로 각각 줄었다.
수주잔량 감소에 빅3 모두 마른 수건만 쥐어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희망퇴직을 접수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이어가는 중이다.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등 현금성 자산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사업부문은 여전히 골치다. 오는 7월 마지막 프로젝트가 인도돼 일감이 바닥을 드러낸다. 3000명이 넘는 인력과 유휴부지 활용 방안 등을 찾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삼성중공업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신발 끈을 조였다. 연초 임원 30% 감원을 시작으로 임금 반납도 사원까지 확대됐다. 1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현금성 자산 확보에도 나섰다. 하지만 연간 전망치인 2400억원 영업손실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020년까지 5조9000억원을 줄여야 하는 자구계획을 이행 중이다. 현재까지 2조8000억원 상당을 실행했으며, 연내 1조3000억원가량을 더 줄일 계획이다. 채권단이 정성립 사장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진행 중인 자구계획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4월 누적 수주량은 2016년 508만CGT, 2017년 543만CGT, 올해 773만CGT 등으로 증가세다. 올해 4월까지의 한국 조선업계 누적 수주량은 323만CGT(66척)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량은 개선됐지만 작년과 비교했을 때의 기저효과 수준"이라며 "일감부족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험난한 한 해를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