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주, 전격 반등?

입력 : 2010-03-10 오전 11:51:26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간밤 뉴욕시장에서 금융주들이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여러가지 호재들이 전해지면서 이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융주를 재평가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특히 이날 AIG, 씨티, 프레디맥, 패니매 등 미국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금융사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장중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사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할 지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입니다.
 
공매도 제한으로 매물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관련주들은 동반 랠리를 펼쳤습니다. 다만 이날 증권거래위원회는 정부 보유주에 대한 공매도 제한 검토 중이라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어쨌든 이날은 자칫 금융주 일반에 악재가 될 수 있는 규제 루머마저도 저평가주들에 한정해 해석되면서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그런가하면 글로벌 은행들간 M&A가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이날 금융주를 부양했습니다.
 
이날 월스트리트 저널은 영국 금융그룹 바클레이즈가 비중있는 미국 소매은행을 인수하고자 인수팀을 구성해 인수대상을 물색중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이에 미국 은행시장에서 메가급 M&A 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애틀란타 소재의 선트러스트 은행, 신시내티주의 피프쓰써드 뱅코프 등을 바클레이즈의 인수대상 물망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클레이즈는 향후 서유럽 지역에서도 추가적인 소매은행 사업 인수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바클레이즈는 이미 최근 씨티그룹의 포르투갈 및 이탈리아의 신용카드 사업부문을 인수한 바 있습니다.
 
이밖에 불룸버그는 캐나다 4대 은행그룹중 하나인 로얄뱅크오브 캐나다 역시 100억달러 자산규모의 미국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아시아 자회사 매각에 이어 메트라이프에 해외 생명보험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한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을 신호탄으로 연달아 은행업계의 인수합병 추진 소식이 들려오면서 글로벌 금융업계 M&A가 급물살을 탈 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 은행산업의 M&A 재개는 구조조정이나 위기극복 차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성장기반 마련 및 신규 시장 진출에 동기를 두고 있어 은행산업의 정상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씨티그룹주는 거래량이 대폭 증가한 가운데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M&A 소식에다가 씨티그룹의 재평가가 겹쳤기 때문입니다.
 
이날 리처시치그룹인 크레티트사이트는 씨티그룹이 "위기에서 벗어나 정상으로 복귀 중"이라며 "나아진 상황에 비해 주가는 매우 싸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장 마감후 블룸버그통신은 씨티그룹이 구제금융 상환을 완료한 후 자본 확충을 위해 배당이 높은 신탁 우선주(Trust preferred securities)를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씨티의 이같은 움직임은 시장에서의 유동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루미스 세일리스앤코의 부회장 대니얼 퍼스는 "이는 씨티그룹에 좋은 소식이며 시장이 매우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면서 "전체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은행업종에 활기가 돌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은행업종 모두가 동반 랠리를 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기가 사라지면서 정부 지원이 줄어들 경우 일부 은행은 고전할 수 있을텐데요.
 
이날 좋은 소식들도 많았지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발언도 기억해야 할 듯 합니다. 무디스는 영국의 은행 구제 프로그램이 종료될 경우 일부 영국 은행 채권 등급 하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무디스는 지난 8일자 보고서에서 "금융 부문이 위기에서 빠져나오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은 위기 전처럼 각 은행에 대한 사례별 평가에 따른 것으로 바뀔 것"이라면서 일부 취약한 영국 은행들의 등급은 향후 수 년 하향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영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BS)과 로이즈 뱅킹 그룹 등은 여전히 어려움에서 벗어나지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WSJ은 무디스의 이같은 분석이 영국이나 미국 정부가 지난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내놨던 이례적인 구제 프로그램을 접기 시작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은행권의 회생이 아직까지는 정부 개입에 힘입은 부분이 크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대목입니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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