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금융당국의 압박에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지배구조를 개선해 회장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제외한 가운데 은행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이 이같이 지배구조를 개선한 것은 현직 회장이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참여하고 사외이사들이 회장 연임을 결정하는 이른바 '셀프연임'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어 은행 역시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은행 중 행장을 사추위나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에서 제외한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18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사추위 구성 요건을 '3인 이상의 사외이사'로 변경했다. 지난 2월 윤종규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이 사추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허인 국민은행장도 사추위에서 빠진 것이다.
국민은행의 기존 지배구조 내부규범에서는 사추위원을 이사회에서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허 행장도 사추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이번 개정에 따라 허 행장은 사추위에서 제외됐으며 국민은행 사추위는 임승태·권숙교·박순애·유승원 등 사외이사 전원으로만 구성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주로 지주쪽에만 집중돼있었고 지주 회장이 사추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은행에서도 선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한·KEB하나·
우리은행(000030) 등은 국민은행과 달리 행장이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모두 사추위 대신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을 운영해 임추위원들이 행장과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을 모두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임추위원으로는 3~4명의 사외이사를 비롯해 현직 행장도 포함돼 있다.
은행의 경우 지주 이사회가 추천한 은행장 후보를 다시 한 번 검토해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셀프연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행장 선임 과정에서 은행 이사회보다는 지주 이사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를 뽑는 과정에 행장이 참여하고 있어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강화를 강조하는 금융당국의 기조에 맞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입법예고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최고경영자(CEO)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감사위원 및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것으로 개정안 통과 시 지주뿐만 아니라 은행들도 사외이사, 감사위원 추천 조직에서 CEO를 제외해야 한다.
그러나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우리은행은 행장을 임추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다른 은행 또는 금융지주사보다 사외이사진의 주주 대표성이 강해 현행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바꾸지 않아도 행장 등 경영진을 견제하기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의 사외이사진은 한화생명과 동양생명,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IMM PE 등 5곳의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인물로 꾸려져 있다.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 뒤 검토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주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 검사 결과 사추위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선을 권고한 것"이라며 "은행의 경우 분위기 또는 상황을 지켜본 뒤 나중에 검토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본점. 사진/각사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