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우리은행(000030)이 야심차게 선보인 차세대 전산시스템 ‘위니(WINI, Woori Innovative New Infra)’가 도입 한 달을 맞았지만, 잦은 전상 장애로 인해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시스템 도입 당시 ‘0.0001%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공언했지만,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요원한 모습이다.
사진/뉴스토마토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5일부터 7일까지 주전산 시스템을 기존 IBM시스템에서 유닉스 시스템으로 변경했다. 주전산 시스템은 지난 2004년 이후 14년 만에 교체된 것으로, ‘위니’는 변화된 금융환경에 적합한 맞춤형 금융서비스와 보안성,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뒀다. 이를 통해 고객 중심의 빅데이터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새 시스템 가동 이후 우리은행 인터넷뱅킹과 모바일 뱅킹에서는 크고 작은 오류가 잇달아 발생하며 소비자의 불편을 야기했다.
실제 위니 출범 첫날인 지난달 8일에는 모바일뱅킹 접속이 지연됐으며, 10일에는 우리은행에서 월급통장을 개설한 군인과 군무원에게 급여가 제때 입금되지 않은 문제가 일어났다. 아울러 지난달 14일에는 일부 카드 결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으며 31일에는 월말 거래량 증가로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 시스템이 한 시간 가량 먹통이 되기도 했다.
이밖에 IOS기반의 모바일에서는 원터치알림 앱 상세 거래내역이 제공되지 않으며 이와 연동된 원터치 개인 앱에서도 생체인증 등 로그인 문제도 발생했다. 은행 측에서는 차세대 전산 시스템 문제보다 월말 마지막 거래 등으로 접속자가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오류가 발생했다는 입장이지만 잦은 장애로 인해 우리은행이 섣불리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이번 전산시스템은 우리은행이 지난 2월 도입을 한차례 연기한 이후 나온 것인 만큼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초 우리은행은 지난 2월 설 명절 연휴 기간 모든 금융서비스를 중단하고 차세대 주전산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종 도입 과정에서 일부 취약점이 발견되며 최종 오픈이 3개월 미뤄졌다. 당시 손 행장은 ‘0.001%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겠다’며 완벽한 시스템 도입을 공언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교체는 거의 10~20년 만에 일어나는 대규모 사업이다 보니 안정화 될 때까지 어느 정도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면서도 “통상 월말에는 타행이체 등으로 거래량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시스템 설계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보통신기술(IT) 한 관계자는 “은행 내부 시스템을 보지 않고선 정확히 어떤 결함이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잦은 오류 요인으로는) 기업애플케이션통합(EAI) 연동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고, 하드웨어 용량이 부족하거나 대외접속시스템(FEP, Front-End processing)이 불안정해서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스템 개발에 3000여억원의 투자금과 개발 주관사인 SK C&C를 비롯해 50여곳의 재위탁 협력업체 및 1000여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에서 어떤 요인이라고 말하지 않은 이상, 오는 6월 말이나 앞으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거래량 폭증에 대비해 하드웨어를 더 늘리는 방식으로 (거래량을) 분산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하반기 실태조사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IT담당 관계자는 “현재 우리은행에 대해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전산 장애 등에 대한 중간보고도 계속 받고 있다”면서 “고객 불편 등 민원이 제기된 것에 대한 현황을 파악해 재발하지 않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주전산 시스템이 교체된지) 아직 한달 정도 밖에 안됐기 때문에 안정화하는 데 시간을 주는 게 맞다고 본다”며 “하반기 은행 건전성과 경영관리 전반을 들여다보는 ‘경영실태평가(CAMEL-R)’을 통해 종합적으로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교체한 전산시스템이 빠르게 안정화 작업을 거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차세대시스템 도입은 전체 전산시스템을 교체하는 방대한 작업으로, 다른 사례에 비교했을 때 빠르게 안정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외부 전문가의 평가"라며 "외부망에 의한 오류, 월말 거래량 폭주 등에 의해서 발생한 오류에 빠르게 대응할수 있었던 것 역시 차세대시스템의 장점이며, 현재는 일부 장애를 수정보완해 정상 운영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