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직원들에게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검찰이 내가 횡령한 것을 직접 입증하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는 7일 다스 비리 관련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 대한검찰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서증조사를 통해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다스에 입사했고, 물품비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조성된 비자금은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선거비용으로 대부분 사용됐다”며 “1996년부터 2001년까지 비자금이 건네졌고 서울시장 선거 직전 비자금 조성을 중단하라고 해 중단됐다. 비자금을 받음으로써 신변의 위험을 느낀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김 전 다스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은 비자금 조성 이후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끔 지시했고, 수시 보고를 받을 때에도 비선라인은 별도로 보고를 받아 보고내용을 크로스체크”했다며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하는 회사가 다스였다”고 진술했다.
권승호 전 다스 전무도 검찰 조사에서 비자금 조성방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BBK특검 당시 다스 실소유주를 이상은 회장이라고 시키는 대로 앵무새처럼 말했지만 부당하게 퇴직 당했을뿐”이라며 “이제 시대상황이 달라졌고 도덕상 다스 실소유자를 이 전 대통령이라고 진술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발언권을 얻어 “이상은 회장은 무서운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여러 사람이 검찰에 내가 다스 주인이라고 말한다”며 “이상은 회장이 다스에 관심이 별로 없어하니 원래 주인이 아닌 것 같지만 몇 십 년 동안 자료를 쌓아두고 보는 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스 직원들이 비자금 관련해 자신을 보러 왔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서울 가서 나를 만났다고 하면 그 회사(다스)에서 큰 세력으로 형성되는 것 같다. 진술에 서울시청 공관에도 왔다고 하던데 전혀 아니다”라며 “당시 야당 시장이라 공관에 누가 오는걸 조심했는데 다스 직원들이 떼지어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부인했다.
이어 “내가 지금 60억을 2012년에 갖다 썼다는데 그 썼다는 돈이 도곡동 땅인지 어딘지에 쓰였는지 알 수가 없지 않냐”며 “검찰이 무소불위하니까 돈이 끝까지 어디로 갔는지, 나한테 왔다면 어디 부동산을 차명으로 사놨는지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도 같은 취지로 “이 전 대통령이 횡령한 것을 따져보기 전에 김 전 대표가 중간에서 얼마나 사용했고, 김씨에게 얼마나 전달됐는지가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김씨와, 김 전 대표 등의 횡령 가능성을 제기했다.
강 변호사는 이어 “김 전 대표를 포함한 직원들이 이 전 대통령 지시로 비자금을 만들라고 생각해 이 전 대통령 처남 김재정씨에게 전달했다”며 “이 전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비자금을 가져갔을 수도 있고, 대주주인 김씨가 횡령을 마음먹었을 수도 있으며, 김 전 대표 등이 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마지막에 누가 돈을 썼는지가 밝혀져야 이 전 대통령이 횡령죄의 공범인지가 입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스 의혹' 이명박 전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