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미 정상의 ‘세기의 만남’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현지시간) 중립국인 싱가포르의 휴양지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악수를 했다. 냉전과 분단을 해체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검은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맨 트럼프 대통령과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은 회담장에 도착했을 때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란히 배치된 회담장 입구 레드카펫에서 인사를 나누면서 두 정상 모두 한결 편안해진 모습을 보였다. 약 10초 간 악수와 함께 간단한 담소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반갑습니다. 대통령님”이라고 영어로 인사를 건넸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팔을 툭툭 치는 등 특유의 친근한 제스처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내로 두 정상은 환담장으로 이동하면서 짧게 대화를 나눴다. 환담장에서 오른쪽에 자리한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회담이 엄청나게 성공할 것”이라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오늘 회담이 열리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며 “좋은 대화가 있을 것이다. 북한과 매우 훌륭한 관계를 맺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러했던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맞다”(That's true)고 화답하며 ‘엄지 척’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후 두 정상은 약 35분 간 단독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보좌진이 참여하는 확대 정상회담으로 바로 논의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단독회담이 끝나고 확대회담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 회담을 SF 영화에서 나온 판타지처럼 생각할 것”이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주 앉았고, 각자 양옆으로 실무진들이 배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회담에서 “함께 협력해서 반드시 성공을 이룰 것”이라며 “지금까지 과거에 해결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난제를 풀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환담장 발언에 이어 또다시 “우리를 붙잡던 과거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훌륭한 출발을 한 오늘을 기회로 함께 거대한 사업을 시작해 볼 결심이 섰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오후 11시35분 확대회담을 마치고 오찬을 시작했다. 오찬에서는 미국과 북한, 싱가포르 현지 요리가 어우러져 눈길을 끌었다. 아보카도 샐러드를 곁들인 새우 칵테일, 오이선, 그린 망고 케라부 등을 메뉴로 올려 국가 간 화해와 교류의 장임을 담았다는 평가다. 기대했던 ‘햄버거 오찬’은 실현되지 않았다.
확대 정상회담과 오찬 이후 양측의 분위기는 더욱 훈훈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텔 앞 산책로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상회담에서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 정말로 아주 긍정적”이라며 “정말 환상적인 회담”이라고 밝혔다. 이후 오후 1시30분. 기자회견장에 함께 등장해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 내용이 포괄적으로 담긴 합의문이다.
트럼프는 합의문에 서명하며 “오늘 만남이 누가 기대했던 것보다, 예측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청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론이다(Absolutely)”라고 답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도 “오늘과 같은 이런 자리를 위해서 노력해주신 트럼프 대통령께 사의를 표한다.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합의문 서명 이후 이날 오전 첫 대면한 호텔 레드카펫으로 장소를 옮겨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두 정상 모두 미소를 띤채 오랫동안 서로의 손을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매우 값지고 스마트한 협상가”라며 “매우 능력있는 사람이고, 그의 나라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기자회견을 통해 회담 내용을 추가로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북한 지도자가 한 자리에 만난 것은 처음인데 실질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제 곧 전쟁이 끝난다는 희망이 보이며,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초부터 시작된 북미 외교 레이스는 사상 첫 북미 정상의 만남과 공동합의문 발표라는 결실을 보고 이렇게 종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 회담장으로 가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