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이 다 복지를 내걸어서 정책에 차별성이 없어요." 13일 노원구 중계동 주민센터에서 '6·13 지방선거' 투표를 마치고 나온 한 50대 주민이 한 말이다.
정책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는 점은 정책을 보고 표를 주려던 유권자에게 혼선을 줬겠지만,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주민 개개인의 관심사가 겹치는 점이 많고, 후보들이 이를 포착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미세먼지에 대처하기 위해 농도 측정기와 공기 청정기를 공급하고, 도로와 지하철 노선을 확장해 교통을 편하게 하고, 문화시설을 늘리는 정책을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후보자들이 다수 주민의 요구를 공약집에 적은 것은 득표를 위해서는 유리하고, 민의를 따랐다는 점에서 바람직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지방선거에 당선된 지역 일꾼 4011명은 4년 동안 다른 정당 후보가 아닌, 다른 지역과 경쟁해야 한다. 선거 때는 보편적으로 설득력을 가진 정책을 내걸었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주민이 불만을 품고 다른 지역으로 떠날수도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티부(C. Tiebout)는 지방자치단체끼리의 경쟁을 '발로 하는 투표'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주민은 자신이 지자체에 내는 세금과 지자체로부터 받는 서비스를 비교해서 그 지역에 남을지 여부를 선택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경우 아직 중앙정부의 힘이 강하지만, 앞으로 지방자치제가 더 강화된다면 '발로 하는 투표'를 생각할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현재도 각 지자체는 인구 이동 내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처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서울 시민이 높은 집값·임대료 때문에 경기도로 빠져나가면서 주민등록상 서울 인구 '1000만선'이 무너지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생활인구'라는 개념을 고안해 1000만선이 건재하다는 점을 보여주려했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이번 경기도지사 토론회에서 "성남이 살기 좋다더니 인구는 왜 줄었는가"라는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노원구도 한 때 68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인구가 55만명까지 급전직하했다. 지방선거 토론회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원인 분석과 해결책이 제시됐다. 노후 주택 배관 수리, 문화 혜택이나 지역 경제의 활성화 등 여러 얘기가 나왔지만 결론은 지금보다는 주민의 생활이 더 나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경쟁이 쉽지만은 않다. 중앙정부와의 세수 차이가 큰 상황에서,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다. 지자체간 편차 역시 크다. 그래도 지역 일꾼들이 손놓으면 안된다. 4년간 이어질 '주민의 발 투표'는 곧 '손 투표'로 반영될 것이다.
신태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