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국가 브랜드를 높이며 국제 중재지로 부상한 싱가포르에 국내 뷰티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포화상태의 내수시장과 중국으로의 높은 수출의존에서 벗어나 수출국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에서다.
싱가포르 오차드로드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뷰티업계가 싱가포르를 아세안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며 대싱가포르 화장품 수출액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관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전체 화장품 수출액은 4억7225만달러로 지난해 5월 보다 58.7% 증가했다. 이 중 중국과 홍콩을 합산한 수출액이 3억906만달러로 전체의 65.4%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것은 동남아 지역이 수출 추이다. 같은 기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남아 5개국에 대한 수출 규모는 1년 전보다 37.3% 늘었고, 특히 싱가포르 수출이 102.8%나 급증한 걸로 나타났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브랜드들이 싱가포르 드럭스토어 등에 공급을 늘리면서 수출액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실제 네오팜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리얼베리어'가 지난해 4월 싱가포르 내 드럭스토어 왓슨스에 입점했고, 뷰티·생활용품 기업 에이피알은 지난해 연말 드럭스토어 가디언에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아미코스메틱의 더마 화장품 브랜드 '퓨어힐스'도 지난달 싱가포르 왓슨스에 제품을 론칭하는 등 뷰티 리테일 매장에 진입하는 브랜드가 확대되고 있다.
주요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여긴다.
이와 관련 럭셔리 브랜드인 '헤라'를 최근 싱가포르에 진출시켰다. 2016년 중국 진출에 동남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싱가포르에 진출해 올해 아세안까지 헤라 브랜드의 영역을 확대한다는 각오다. 헤라는 지난달 싱가포르 타카시마야(Takashimaya) 백화점에는 첫 단독 매장을 열었고, 이를 시작으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등 싱가포르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헤라는 싱가포르의 높은 습도와 온도를 고려해 지속력이 우수한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선은 '블랙 쿠션', '로지-사틴 크림', '로즈 홀릭 익셉셔널'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워 싱가포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나섰다.
헤라에 앞서 지난해 싱가포르에 진출한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미엄 브랜드 '마몽드'는 입점 매장수를 8개로 늘렸다. 또 지난 2013년 11월 싱가포르에 진출한 아모레퍼시픽의 자연주의 브랜드 '이니스프리' 매장은 17개까지 증가했다. 이니스프리의 해외 매장은 총 584개인데, 싱가포르는 중국(479개), 홍콩(22개)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규모다.
뷰티업계가 싱가포르를 주목하는 것은 한류의 영향력이 클 뿐 아니라, 싱가포르가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중요한 거점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도시적이고 트렌디한 분위기도 한몫한다. 나정균 아모레퍼시픽 아세안 지역 법인장은 "헤라의 트렌디한 브랜드 이미지가 싱가포르 소비자 특성과 잘 맞을 걸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