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국내 프리랜서는 최소 42만명으로 추산된다.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프리랜서는 평균 월 수입이 152만9000원으로 최저임금인 157만원에도 못 미친다. 임금체불과 불공정 계약 등에도 자주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보호대책은 전무하다. 정부차원의 공식 통계도 없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는 보호 조례를 만드는 프리랜서들에 대한 보호막을 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확한 실정과 대책은 무엇일까. <뉴스토마토>는 비영리단체 프리랜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권익 활동을 하고 있는 정재석 대표를 만나 해결책을 물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실업률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프리랜서 증가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며, 프리랜서를 제도권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뉴스토마토)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월11일 위워크 을지로점에서 진행한 '프리랜서 권익보호를 위한 청책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프리랜서 지원 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미국에서 대학 다니고 뉴욕에서 프리랜서로 일한 바 있다. 작년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공동작업공간 개념이 이제 막 생길 때였다. 기업과 작은 회사 스타트업 위주였고 프리랜서 위한 공간들은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아지트처럼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프리랜서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조직에 속하지 않고, 고용되지 않으며,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이나 기술을 이용하고 프로젝트별·기간별 계약을 통해 혼자 경제활동을 하는 일꾼들·주체들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같은 프리랜서 안에서도 다 너무 다르기 때문에, 더 세부적으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미국은 경제인구 2억명 중 40%가 프리랜서고 조만간 과반수가 된다. 유럽 역시 속도가 비슷하며 일본도 늘고 있다. 한국도 조만간 관련 이슈가 많이 거론될 것이다.
과학기술 등의 발달로 사람을 뽑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취업 문제는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미국도 2008년 경제공황으로 생긴 실직자는 결국 다 취업되지 않았다. 일부는 스타트업을 만들었고, 회사를 차리지 않은 사람은 프리랜서가 됐다. 유럽도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취업률과 일자리가 좋은데도 노동인구 6분의1이 프리랜서일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람이 프리랜서를 선택하거나, 새로 생기는 일자리 상당수가 회사에 고용되지 않는 직종이라 프리랜서가 많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 프리랜서는 총 몇명이고, 처우는 어떤 수준인가.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42만명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 숫자보다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예컨데 1인 사업자로 집계된 사람 중에는 프리랜서가 매우 많다. 이들은 불공정계약, 임금 체불, 임금 미지급, 임금 지불 지연 등의 일을 겪는 ‘을’이다. 예를 들어 3개월 동안 주5일 하루 5시간 일하기로 계약했는데, 그보다 훨씬 더 일하면서 계약서상의 돈만 지급한다든가, 계약서에 없는 일을 시키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제대로 들 수 있는 보험도 없고, 수입이 비정기적이라 대출은 당연히 안된다. 미국 은행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모기지를 받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이른바 백수도 가입 가능한 노조인 청년유니온이 법적으로 인정됐다. 프리랜서 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없는가.
지금 프리랜서의 포괄적인 노조는 없다. 한국IT산업노동조합, 만화가협회처럼 특정 분야 협회·노조가 극소수 있을 뿐이다. 노조·협동조합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를 통해 보험 상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프리랜서 유니온도 보험사와 함께 의료보험 상품 만들어서 회원을 가입시킨다. 한국에서 프리랜서가 바로 보험 가입할 수 없다면, 단체가 중간다리가 돼야 한다. 프리랜서 네트워크가 앞으로 그 역할을 하게 될수도 있다.
프리랜서는 체불 등 불공정 계약에 노출되기 쉽다. 법적으로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해결 방법일까. 노동자성 말고도 생각하는 해결책이 있는가.
한국 프리랜서 사이에서도 이슈가 되는 주제다. 외국은 프리랜서를 ‘독립 노동자’라고 불러 노동자로 인정하는 추세다. 프리랜서는 사업체를 차려 영리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일을 해준다. 회사 소속 여부와는 상관 없이, 프로젝트 기간 동안에는 노동자로서 일을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어떤 단체나 회사에 속해야 노동자로 인정받더라. 노동자 정의를 바꾸든지, 프리랜서를 기존 정의에 맞춘 후 인정해달라고 얘기할지는 잘 모르겠다. 따로 프리랜서 법을 만들기 보다는 노동법에 프리랜서 관련 조항을 넣는 게 좋을 듯하다.
외국의 프리랜서 보호대책 수준은 어떤가.
북유럽은 프리랜서 전용보험이 잘 돼있고 유럽에서도 만들어나가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프리랜서 유니온이 자체적으로 의료보험에 가입시킨다. 한국의 경우 프리랜서가 의료보험의 지역가입자가 될 수 있지만 보장 범위가 적다. 직장인 가입자는 소득 보전이 어느 정도 되지만, 프리랜서는 일을 하지 않으면 수입도 없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 지시에 따라, 경제산업청이 프리랜서 협회에게 보험 상품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또 한국에서 프리랜서 위한 세금 항목은 3.3% 기타소득세 밖에 없다. 어떤 프리랜서 일은 기타소득세로 처리가 안되거나, 세금으로 잡히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일종의 프리랜서 소득세가 있어 프로젝트할 때마다 계약 상대방이 세금 관련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요율을 정해서 세금을 내게 해야 한다.
서울시와 프리랜서 정책 협력을 진행 중인데, 현재까지 어떤 정책을 해왔고 앞으로는 어떤 정책·사업을 공동 추진하는가.
지난 1월에 서울시 부서와 일을 처음 시작했고 프리랜서 실태조사를 지난 4월 발표했다. 아마 이번 하반기에는 임금 체불이나 계약 불이행 등을 다루는 조례나 해결책을 수립할 듯하다.
또 서울시가 세무사나 법무사의 허브가 돼, 프리랜서가 상담·도움받도록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서울시와 저희 단체가 계기가 돼, 중앙정부 부서에서도 각 부서와 관계된 프리랜서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정위도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서울시의 프리랜서 지원 정책 중 보완할 것은 없는가.
서울시가 했던 실태조사는 극히 일부에 관한 것이다. 훨씬 더 제대로 면밀하고 디테일하게 조사해야한다. 서울시와 중앙정부 부처에서 계속 조사해 정보를 쌓고, 쌓인 정보를 모으고, 모인 정보를 분석해야 한다.
다만 조사만 하다가 몇 년이 흐르면 문제 해결이 늦을수도 있으니 눈에 보이는 해결책도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한다. 조사와 해결책 만들기를 꽤 오랫동안 병행해야 한다.
정재석 프리랜서 네트워크 대표(가운데)가 지난 5월27일 서울 성수동 '오늘 살롱'에서 프리랜서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네트워크 페이스북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