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적신호…품목·시장 편중 심화

미중 무역전쟁에 대외환경 악화…"다변화 전략 필요"

입력 : 2018-06-20 오후 3:12:33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한국 경제의 기둥인 수출이 둔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무역갈등을 야기하는 가운데 특정 품목과 시장에 대한 편중이 심화되는 등 고질적 병폐도 드러났다. 근본적 대안 없이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뒤따른다. 
 
20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24%에서 올 1분기 10.1%로 반토막이 났다. 4~5월에는 5.5%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내수 위축과 일자리 감소 등 경제 펀더멘탈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인 수출까지 이상 징후를 보인다.
 
 
 
수출 둔화는 1차적으로 대외 여건 악화에 기인한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자국 산업 및 일자리 보호, 무역수지 불균형 축소 등을 이유로 세계 각 국을 상대로 무차별적 보호무역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 치킨게임 양상의 치열한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를 승인했다. 이에 중국은 같은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 부과 방침으로 응전했고,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출품에 추가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받아쳤다. 중국 상무부 또한 추가 보복 조치를 예고하는 등 양국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교역 위축, 글로벌 경기 둔화, 신흥국 경제 위기 등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수출은 이미 충분히 어려운 형국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조사 조치는 27개국 202건에 이른다.
 
특정 품목과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한국 수출의 구조적 문제도 노출됐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1.9%에서 올 1~5월 20.3%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꺾이는 순간 한국 수출도 휘청일 수밖에 없다. 가트너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올해 24.5%에서 2020년 -16.2%로 급격히 악화될 전망이다. 반도체를 뒷받침할 경쟁력도 보이질 않는다. 한경연 조사 결과 최근 3년간 13대 수출 주력업종의 한계기업 수는 2015년 370개사에서 2017년 464개사로 늘었다.
 
시장도 편중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 미국, 베트남, 홍콩, 일본 등 5대 수출시장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46.4%에서 2017년 56.5%로 늘었다. 수출 집중도는 수출 10강 중 한국이 가장 높다. 중국과의 사드 갈등, 한미 FTA 개정 요구 등의 이슈에 수출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고수익, 고위험 구조다.
 
전문가들은 한국 수출의 위기 타개를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양한 수출 품목과 시장의 발굴이 필요하다는 것. 원화가치 상승 등 대외 환경 변화에도 견딜 수 있는 혁신 제품 개발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보호무역 대응을 위한 민관 네트워크 공동활용 역시 개선해야 될 사항으로 지적됐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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