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보험상품의 특허인 배타적 사용권의 권리 기간이 평균 3∼6개월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에서는 배타적 사용권이 특허 개념보다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20일 손해보험협회 및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배타적 사용권이란 보험소비자를 위한 창의적인 상품을 개발한 회사에게 독점적인 상품판매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보험사의 독창적 상품 출시를 독려하고 신상품 개발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주 목적으로 손보협회 및 생보협회의 신상품 심의위원회가 정해진 항목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이를 반영해서 독점 기간을 결정한다.
배타적사용권을 얻게 되면 하게 되면 개발사 외의 타 보험사는 일정 기간동안 비슷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되지만 , 권리 기간이 보통 3개월에서 길어야 6개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도 매우 짧은 기간에만 독점권을 얻고 있는 현실이다.
사실 배타적사용권의 기간에 대한 지적은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도 신상품 개발 후 이익 보호의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용기간을 최대 6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한 바 있다.
그러나 20일 기준으로 보험협회에 따르면 배타적사용권을 부여받고 보험협회에 등록된 상품들은 대부분이 여전히 3개월, 간혹 길어야 6개월에 그쳐 과거 기간을 늘린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그나마 6개월을 넘긴 상품은 흥국생명이 2017년 12월에 9개월간 기간을 부여받은 ‘무배당 실적배당형연금전환특약’ 정도다.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배타적사용권에 대한 흥미가 그리 높지 않다.
사용권을 허가받은 6개월정도면 해당 상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나올 시기로, 타사에 좋은 상품이 있다면 권리 기간이 끝난 후 조금만 바꿔 출시하면 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완전히 차별화 돼서 해당 보험사만 출시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면 굳이 사용권을 신청하지 않고 있다"라며 "어차피 좋은 상품이라면 3∼6개월이 지나 다들 따라하기 때문에 특허라는 원래 의미보다, 새롭게 차별화 된 상품이라는 홍보적 의미가 더 강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일 기준, 손보협회에 등록된 배타적사용권 부여 상품은 38건이다. DB손보가 9건으로 가장 많지만 농협손보, AIG손보, 흥국화재 등은 1건에 그치는 곳들도 있다.
생보협회에 등록된 배타적사용권은 104건을 기록하고 있는데, 교보생명이 가장 많은 17건을 등록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심사하는 신상품 심의위원회의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학자, 소비자 단체, 보험연구원 관계자 등 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 또한 포함되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반영된다는 것이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심의위원회에 업계사람들이 들어가다 보니, 좋은 상품일수록 짧게 기간을 설정하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나"라며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공공연하게 다들 알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상품의 특허인 배타적 사용권의 권리 기간이 평균 3∼6개월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