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검찰수사관에 대해 법원이 청렴·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임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는 전 검찰공무원 장모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장씨가 최모씨에게 받은 돈이 장씨의 직무에 대한 대가로 지급됐다거나 검찰공무원이라는 장씨 지위에 힘입어 다른 투자자들보다 유리한 투자약정을 체결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최씨와 투자약정을 한 다음 그에게 투자금을 지급했다가 정당한 투자수익금을 받았을 뿐이므로 공무원으로서의 청렴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장씨가 최씨를 위해 조사담당 수사관에게 편의 제공을 청탁한 사실은 이 사건 징계사유에 포함돼 있지 않다. 또 장씨가 검찰공무원으로서 뇌물을 수수했다는 이번 징계사유와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와 기본적으로 같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성실의무 위반 징계사유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씨가 다른 검찰공무원이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인 최씨와 교류하고 돈을 거래한 것은 품위유지위반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징계사유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정당하다"며 "이번 해임처분은 애초 징계사유가 청렴·성실·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전제에서 이뤄졌다. 품위유지의무만 징계사유로 인정되므로 재량권을 남용해 위법하다"고 밝혔다.
검찰수사관이던 장씨는 피의사건으로 조사한 최모씨로부터 "1000만원을 투자하면 한 달 후에 수익금으로 5000만원을 주겠다"는 청탁을 받았다. 이후 최씨와 관계된 형사사건을 직접 담당하거나 담당 수사관에게 부탁하는 방법으로 편의를 제공하고 최씨에게 6500만원을 투자한 뒤 총 1억68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5년 10월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으나 2016년 4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2014년 3월 서울고등검찰청은 장씨가 국가공무원법에 명시된 성실의무·청렴의무·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 파면 및 7000여만원의 징계부과금 부과처분을 내렸다. 장씨는 이에 불복해 지난해 5월 인사혁신처에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파면처분이 해임처분으로 감경되고 징계부담금 부과 처분은 취소됐다. 장씨는 "최씨에게 받은 돈은 투자금에 대한 수익금으로 직무와 관련이 없다"며 법원에 해임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