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파동 그후]①생리대 독성논란 여전한데…환불제품도 재판매

식약처 조사도 불신 못지워…깨끗한나라, 시민단체에 역공
신뢰성 입증안된 순면제품 고가판매도

입력 : 2018-06-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지난해 여성들을 불안에 몰아넣었던 '생리대 파동'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리대 전수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 의문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며 이전 환불조치 했던 제품군을 다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깨끗한나라는 처음 문제제기를 했던 여성환경연대를 상대로 소송까지 걸며 되레 반격에 나섰다. 유한킴벌리는 대안으로 순면커버 생리대를 출시했지만 정확한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가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강원대 교수는 생리대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한달에 약 일주일씩 주기적으로 독성과 접촉해왔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여성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에 식약처는 부랴부랴 시중에 판매되는 생리대를 가지고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가장 문제가 됐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검출여부 조사 결과 큰 위해가 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생리대와 여성들의 증상에 대한 상관성을 찾아내지 못했으며, VOCs를 검사하는 공인된 방법이 없어 식약처 조사 결과에도 소비자들이 안심하지 못했다. 지난달 조사결과를 의심케 하는 논란이 재차 불거졌다. 생리대 전수조사과정에서 0.5g의 시료로 실험한 결과가 있었음에도 0.1g 시료 검사 결과만 발표됐다는 보도가 나와 의문을 샀다. 식약처에서는 "0.1g 시료량 채취를 통한 시험방법은 전문가로 구성된 '생리대 안전검증위원회'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검증 절차를 거쳐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식약처는 관련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 중재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
 
이렇듯 개운치 않은 결론 속에 기업들은 나름대로 소비자 마음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생리대 생산 시설을 가진 5개 업체가 안정성 관련 정례협의체를 만들고 식약처,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협의체에서는 VOCs를 줄이기 위해 생리대 포장지를 비닐에서 종이로 바꾸고 VOCs가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제품 및 원료 등에 대해 연구하는 등 개선 노력을 보인다. 그러나 여성환경연대를 고소한 깨끗한나라, 순면커버 생리대를 기존가격보다 세 배 높게 출시한 유한킴벌리 등의 행보는 소비자의 안정성을 생각한다는 겉모습과 대치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3월 깨끗한나라는 여성환경연대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유해물질 발표 관련 릴리안이 지나치게 부각됐고 심각한 매출 타격을 받았다는 이유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피해 입은 부분에 대해 소송을 진행한 것이며 식약처나 저희 자체적인 조사를 봐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라고 밝혔다. 깨끗한나라는 올초 국제인증전문기관 스위스 SGS사에 릴리안 제품 유해물질 검출 실험을 의뢰한 결과 '불검출'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여성건강권을 위해 실험을 진행했고 결과 기반으로 정당한 문제제기를 했다"며 "기업의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부당하며 하루빨리 소송을 취하한 뒤 안전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1차 재판은 이번 주 중 이뤄질 예정이다.
 
당시 환불 조치에 들어갔던 릴리안 제품은 여전히 온라인 등을 통해 유통되면서 또다른 논란을 부추긴다. 지난 8월 깨끗한나라는 릴리안 생리대, 라이너 탐폰, '순수한면' 생리대 등에 대해 소비자의 요청을 받아 환불 작업에 들어갔다. 당시 환불된 생리대는 전량 폐기됐지만 환불 대상이었던 순수한면 등의 제품은 온라인 등에서 다시 유통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에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제품이 유통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철저한 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밝혀진 제품"이라고 해명했다.
 
유한킴벌리는 생리대 파동 이후 스칸디나비아 순면을 사용한 생리대 '라네이처'를 출시했다. 순면 사용 이미지 덕분에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그러나 이 라네이처가 일반 생리대보다 안전하다는 객관적인 조사 입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기존 생리대 재료인 필름 커버, 부직포 등과 다르게 원료로 순면 커버를 사용한 것만 다를 뿐, 제품 출시배경이 정확한 연구에 기반한 것이 아닌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나트라케어라는 제품이 유기농 제품으로 안전하다고 생각돼 소비자들의 수요를 반영한 콘셉트"라고 말했다.
 
가격엔 프리미엄이 붙었다. 라네이처는 기존 화이트 제품의 세 배 정도 가격이 높다. 이에 대해 객관적 신뢰성 확보 없이 소비자 불안을 이용해 가격을 높였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식약처 조사결과 논란, 기업들의 각종 이슈로 당장 생리대를 구매해야하는 소비자의 안전성이 확실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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