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혼인신고를 했더라도 정신적·육체적 결합 의사가 없었다면 산재보험금을 받을 ‘배우자 자격’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법적으로 부부관계였던 남편이 사망한 후 남편의 장해보상연금 차액일시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미지금 장해연금 차액 일시금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을 낸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 부부는 혼인신고 이전부터 계속해서 서로 다른 곳에서 거주했고 A씨는 남편을 병원에서 간병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아 혼인신고 무렵 사실혼 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 부부는 참다운 부부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사가 없음에도 산재보험급여를 실질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혼인신고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혼인신고 무렵 A씨 남편은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혼인신고 당시 A씨 지인이 대리 출석한 사정을 보면, 이 둘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이 둘의 혼인 의사 합치가 없어 혼인은 무효라고 봐야 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산업재해를 입고 요양 중인 직전의 남편을 소개 받았고, 별다른 교류가 없던 상황에서 지인 권유로 혼인신고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혼인신고를 하고 3일 만에 남편이 사망하자 장해보상연금 차액일시금을 근로복지공단에 청구했지만 지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