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동국제강이 최근 이례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회사 안팎으로 장세주 회장 복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분간은 어렵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25일 동국제강과 재계에 따르면 장 회장은 서울 페럼타워 집무실로 주 2회 정도 출근하고 있다. 출근 시간은 과거와 달리 일정치 않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경영 복귀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도 지난 8일 철의날 행사에서 취재진에게 "회사에 다니면 복귀한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사진/뉴시스
그러나 회사 관계자들은 '공식' 복귀라는 표현에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장 회장이 등기임원(사내이사)직을 회복한 게 아닌 데다, 수감으로 회사를 비웠던 시기 경영을 도맡았던 장 부회장도 여전히 건재해 갖은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인 문제도 남아있다.
무엇보다 장 회장은 가석방 상태로 아직 횡령 혐의에 대한 형기를 마치지 못했다. 법무부 측은 "특경가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법 위반자가 사면복권 전에 회사로 복귀하는 것은 물론 공사나 정부출연 재단 등에 재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위반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검찰) 수사인력 등의 한계로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며 "법 조항에 앞서 횡령을 저지른 임원의 경영 복귀 여부는 회사 주주와 경영진이 결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여타 재계 총수들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후 일정 기간 '자숙'하는 모습을 보인 뒤 복귀했다는 점에서 장 회장의 복귀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지난 2016년 7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던 최재원 SK 부회장의 경우 1년 뒤인 2017년 6월에야 그룹 확대경영회의에 모습을 비쳤다. '땅콩회항' 물의를 일으켰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015년 5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올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등기임원(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재벌개혁을 천명한 정부와 재벌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도 의식해야 한다.
장 회장 스스로도 복귀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가석방 직후 취재진에게 "사회와 국가에 공헌하는 길을 고민하겠다"며 "경영복귀 등 향후 거취는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그는 실형 확정 전인 지난 2015년 6월 스스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은 당분간 장세욱 부회장 체제를 유지하면서 장선익 이사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 이사는 최근 임원인사에서 전략실 산하 경영전략팀장을 맡으며 그룹 전반을 관할하게 됐다. LG그룹이 故구본무(형)-구본준(동생)-구광모(아들)로 이어지는 승계 프로세스를 구축한 것과 유사하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