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한국 수출이 위태롭다. 역대 최대 호황을 맞은 반도체는 단일 품목으로는 처음으로 연간 수출액이 10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지만, 이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수출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게다가 중국 업체들의 생산이 본격화되는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수출도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될 전망이다.
27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간한 '2018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한 2970억달러, 하반기는 4.6% 늘어난 3080억달러로 예상됐다. 연간 수출은 6050억달러로 전년 대비 5.5%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록한 15.8%와 비교하면 확연한 둔화가 느껴진다.
상반기 한국 수출은 반도체가 견인했다. 반도체는 1~5월 전년 동기 대비 43.8%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109억달러의 수출액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월간 수출 실적을 올렸다. D램과 낸드플래시가 절대적인 공급 부족으로 단가와 물량 모두에서 호조세를 보인 덕이다. 특히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으로의 수출(1~5월)은 59.2%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1~5월 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에 그쳤다.
하반기에도 반도체는 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 낸드플래시 등을 중심으로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돼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반도체는 시장 수급상황이 매출액의 90% 이상을 결정해 환율과 유가 변동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적은 편이다. 다만 중국 업체들의 메모리반도체 양산 돌입이 임박한 점은 부정적이다.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3대 D램 업체들을 대상으로 가격 담합 조사에 나서며 자국 업체들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점도 부담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들 업체에 최대 80억달러(약 8조9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지난해의 기저효과까지 더해지면서 하반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6.6%로 대폭 둔화될 것으로 관측됐다. 전체 수출에 대한 기여도 역시 1~5월 82.1%에서 하반기 68.2%로 낮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전체 수출 전선에도 타격이 가해진다. 하반기는 통상 소비가 급증하는 쇼핑 대목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지만, 올해는 미국의 통상압력과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 보호무역 기조가 지속되면서 대외 환경도 녹록치 않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1131원)보다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수출 기업에는 부정적이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보호무역, 환율 및 금리 변동성 확대 등 단기 리스크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