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일본에 처음으로 화물차 블랙박스 수출을 시작했습니다. 1년에 4차례 정도 해외 전시회에 나가는데, 앞으로 해외시장 수출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상용차용 블랙박스 제품 최초로 일본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쾌거를 거둔 김상균(49) 엠비즈원 대표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27일 경기도 안양시 본사에서 김 대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며 앞으로도 현장에서 발로 뛰는 영업을 계속하며 수출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겠다는 각오를 비쳤다.
상용차(화물차·덤프트럭·버스 등 사업에 사용되는 자동차) 블랙박스 국내 선두기업인 엠비즈원은 지난 5월31일 일본 화물차용 안전제품 쪽 중견기업인 '알파 데포'와 상용차용 블랙박스 '마하트럭(MACHTRUCK)3500' 제품 수출 계약을 맺었다. 수출 규모는 매월 300대로 연간 3000대 이상이다.
이번 계약은 2013년 말 회사를 창업한 엠비즈원이 5년여 만에 거둔 첫 해외수출 성과다. 엠비즈원에 따르면 '마하트럭 3500'은 국내서 월 1000대 이상 상용차에 공급되는 제품이다. 12~24V까지의 전원에 견딜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 대부분의 블랙박스와 달리 이 제품은 상용차의 특수성인 급격한 전압 변동으로 인한 불량 문제를 고려해 50V까지 견딜 수 있는 메인 보드를 갖췄다.
김 대표는 "상용차 블랙박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품 안전성"이라며 "녹화가 잘 될 수 있도록 블랙박스가 잘 버텨야 된다"고 말했다. 덤프트럭, 청소차 등 차량 운전 이외에 소모되는 전력이 많은 상용차의 경우 전원 과부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블랙박스 전원이 강해야한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엠비즈원이 오는 8월 출시 예정인 상용차 블랙박스 '마하트럭 5000'. 사진=엠비즈원
김 대표는 '오뚝이' 기업인이다. 삼성반도체 출신인 그는 1997년 지문인식 관련 회사 '휴노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세계 처음으로 반도체 방식의 지문인식 모듈을 개발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PC 관련 키보드, 마우스 지문인식 제품을 개발했고, 마우스로 된 제품은 입찰을 거쳐 국정원 PC에 공급되기도 했다. 상장회사를 인수하는 등 사세를 키워갔지만 인수합병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자금을 돌려받지 못해 2003년 파산했다. 그는 10여년 가까이 영업·마케팅 쪽에서 재기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엠비즈원 창업 전 화물차 관련 회사에서 영업 담당으로 일하면서 화물차 블랙박스라는 창업 아이템을 얻었다.
김 대표는 "엠비즈원이 성장한 비결은 차별화된 현장 영업 덕분"이라고 말했다. 엠비즈원 창업 초반 직원 1명과 김 대표가 직접 대리점 영업을 했다. 전국에 있는 대리점 리스트를 뽑아 상품 카탈로그를 보내고, 전화로 설명하는 TM(텔레마케팅)을 했다. 대리점주가 방문을 허락하면 짐을 싸 현장에 갔다. 한 번 일정은 7일 출장으로 직원과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등으로 나눠 제품을 들고 영업을 했다. 엠비즈원 블랙박스가 공급되는 대리점은 현재 전국에 걸쳐 400여곳 이상이다. 김 대표는 "3~4년 동안 대리점 영업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제 막 어둠의 터널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엠비즈원 창업 당시 3명의 직원은 현재 9명으로 늘어났다. 매출은 2014년 5억원, 2015년 17억원, 2016년 28억 등으로 성장세다. 하지만 김 대표는 "실패를 딛고 이제 막 재기를 시작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후발 업체들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제품 연구개발에 역량을 더 쏟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엠비즈원은 오는 8월 신제품 블랙박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마하트럭 5000'으로 앞서 '2018 홍콩 전자전', '2018 영국 버밍엄 상용차 전시회', '2018 일본 트럭쇼' 등 해외 전시회에서 소개된 바 있다. 제품은 졸음운전방지장치, 미니 속도기록계(Mini D-Tacho)를 연동해 녹화가 가능하고, 외부카메라를 3개까지 지원하는 블랙박스 최초의 4채널 통합형 블랙박스다. 김 대표는 "국내 상용차 블랙박스 시장은 규모가 작은 게 사실"이라며 "향후 해외 영업파트를 강화해 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엠비즈원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시장 공략에도 본격 나설 예정이다. 화물차 교통사고 감소를 목표로 내년부터 차량 길이 9m 이상 버스와 총중량 20t 이상 대형 트럭에 ADAS 장착이 의무화되는 만큼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빠른 시일 안에 ADAS 사업 진출에 나설 예정"이라며 "상용차 관련 솔루션 선두 기업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김상균 엠비즈원 대표가 지난 27일 경기 안양 동안구에 있는 엠비즈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