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LG그룹이 40대의 젊은 총수를 맞았다. 고 구본무 회장의 빈자리를 그의 아들인 구광모 신임 대표이사 회장이 메운다. 이제 갓 40을 넘긴 그를 회장 자리에 앉힌 것은 상당한 파격이다.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을 제외하고는 가장 젊은 나이에 그룹 선봉장이 됐다.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사진/LG
LG그룹 지주사인 ㈜LG는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광모 LG전자 ID사업부장(상무)를 신규 등기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이사회에서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선친인 고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공석이된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받은 것이다. 일찍부터 LG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된 덕분에 그의 대표이사 선임은 충분히 예견됐다. 다만 상무에서 회장으로 직행한 것은 파격적이란 평가가 많다. 경영 수업 기간이 10년 남짓으로 짧은데다 아직까지 겉으로 드러난 성과들이 많지 않기에 곧바로 회장 직함을 달기 보다는 사장 혹은 부회장으로 우선 승진 후 회장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10대 그룹의 3·4세 경영인 중에서도 40대에 그룹 회장 직함을 단 것은 그가 유일하다.
안정을 추구하는 LG그룹의 기업 문화에서도 보기 드문 결단이다. 선친인 고 구본무 회장은 만 30세에 럭키에 입사해 20년간 과장, 부장, 이사, 상무, 부사장, 부회장 등의 직위를 차례로 거쳤다.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영업, 심사·수출, 기획 업무 등도 두루 수행하며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조부인 구자경 명예회장은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만 45세에 회장직에 올랐으나, 그 역시도 20여년의 경영 수업을 받았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20대에 락희화학 이사로 입사해 1970년 럭키금성 회장 취임 전까지 범한해상화재보험 인수를 비롯해 유통, 증권, 종합금융, 광고, 신용카드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시켰다.
이 때문에 LG 내부적으로도 회장 직급 부여를 두고 고민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내 6인의 부회장단의 보고를 받는 위치에 놓이는 만큼 최소 부회장 이상이 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회장 직급의 상징성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LG 관계자는 "등기 이사로서 책임경영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은 지주회사 지배구조를 이어가면서 계열사들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 경영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구광모 신임 회장은 지주회사의 경영자로서 현안들을 챙기는 동시에 상당기간 미래 준비를 위한 경영 구상에 매진한다. 구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그간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발전시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