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눈물'…구본무 LG 회장 마지막 가는 길

고인 유지대로 발인도 조용하고 차분하게…"당신은 위대했습니다"

입력 : 2018-05-22 오후 5:19:02
[뉴스토마토 이지은·왕해나 기자] 지난 20일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이 22일 오전 8시30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나무와 풀이 우거진 장례식장 주변은 아침 햇살에 지저귀는 새소리만 들릴 뿐, 모두의 침묵 속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따금씩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안타까워하는 한탄의 소리도 흘러나왔다. 침묵의 눈물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열린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식에서 구 회장의 영정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오전 7시를 조금 넘으면서 고인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는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구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비롯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등 유가족과 친지는 물론,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자균 LS산전 회장 등 범 LG가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모였다.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LG를 대표하는 6명의 부회장단과 과거 LG에 몸담았던 인사들도 고인을 찾았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전날 조문에 이어 이날 발인에도 모습을 보였다.
 
유가족과 친지는 오전 8시께부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비공개로 발인제를 진행한 뒤, 운구를 위해 장례식장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이후 8시30분께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운구하는 과정이 공개됐다. 구 회장이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 사진이 보이기 시작하자, 지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족과 친지일부는 "어떡하면 좋아"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구 회장의 영정 사진을 품에 안은 건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였다. 윤 대표 뒤로 7여명의 LG 임직원이 구 회장의 관을 들고 장의차로 향했다. 이들은 과거 구 회장을 모시던 비서진을 포함한 ㈜LG 소속 직원들이다. 그 뒤를 상주인 구광모 상무가 천천히 따랐고, 구본능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 구본식 부회장 등이 침통한 표정으로 뒤따랐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열린 고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식에서 고인의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고인의 영정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구 회장의 관이 운구차에 오르자 장의사가 고인을 향한 마지막 목례를 주문했다. 구광모 상무를 앞세운 가족과 친지, 범 LG가, 6명의 LG 부회장단 등 100여명은 엄숙히 고개를 숙였다. 구 상무는 가장 앞에서 약 2분간 떠나는 부친께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구본능 회장은 오열한 듯 얼굴이 온통 붉었고 구자열 회장과 구자균 회장도 발인식 내내 울음을 참았다. 최근까지 고인을 도와 그룹 경영을 이끌었던 구본준 부회장은 울음을 참으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고개를 빼고 고인을 실은 차가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물끄러미 지켜봤다. 이윽고 관이 장의차에 실린 뒤 뒷문이 완전히 닫히자 구 상무를 비롯한 가족과 친지들이 목례로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후 구 상무와 윤 대표가 장의차에 올라 고인과 함께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열린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식에서 고인의 장남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유가족, 관계자들과 운구차량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발인식이 진행된 약 5분간 침묵의 눈물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일부는 눈물을 글썽였고, 일부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구 회장의 가족과 친지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침묵의 슬픔이 가득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구 회장이 생전 가족들에게 '조용한 장례'를 당부한 대로 마지막 가는 길은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허창수 회장과 이희범 LG상사 고문도 마지막 배웅 끝에야 눈물을 보였다. 이 고문은 "고인과 생전 가깝게 지냈다"며 "장지까지 따라가고 싶지만 가족들만 참석한다고 간곡하게 요청해 못 갈 듯하다"고 말했다.
 
오전 8시35분 운구차가 장례식장을 떠났다. 구본능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 구본식 부회장은 다른 차에 타고 운구차를 뒤따랐다. 일부 유족들은 한참이나 자리를 뜨지 않은 채 멀어져 가는 운구차를 바라봤다. 이날 발인제부터 장의차가 장례식장을 떠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0분이었다. 이중 5분 남짓 진행된 운구 과정만 공개됐다. 이후 가족들만 장지로 이동, 나머지 장례 절차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지은 기자·왕해나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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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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