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총 표 대결에서 또 다시 승리하며 '원톱' 지위를 재확인했다. 일본 주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지난 2015년 8월 이후 이날까지 다섯 차례 열린 정기주총에서 내리 5연승째다.
재계 안팎에선 롯데 '형제의 난'이 사실상 종결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잇단 패배에도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번 주총 직후에도 롯데의 경영정상화를 언급하며 재차 반격에 나설 것을 암시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29일 도쿄 신주쿠 본사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지켰다.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부회장의 이사 해임안, 신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안이 모두 부결된 것이다.
앞서 열린 네 차례의 표 대결과 달리 이번 주총은 신 회장에게 가장 큰 위기였다. 올 2월부터 구속 수감된 이유로 신 회장은 사상 처음 일본 롯데 주총에 불참했다. 주총이 다가오자 그룹 안팎에선 신 회장의 이사직 해임이 통과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잠시 불거졌다.
신 회장이 주총 참석 후 반드시 돌아오겠다며, 지난 12일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던 점도 이같은 위기감을 방증했다. 보석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신 회장은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 비상경영위원회 대표단 4인을 일본으로 급파해 주주 설득 작업을 지시하는 등 긴장감이 드리우기도 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일본 주주들은 주총 당일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고 '옥중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부재 속에도 일본 주주들이 다시 한번 지지를 보내줘 다행스럽게 여긴다"며 "어려운 상황이 빨리 극복돼 한일 롯데의 경영이 불안정해지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이번 승리까지 더해 신 전 부회장과의 표대결에서 5전 5승을 거둔 비결은 한국롯데의 뛰어난 실적과 '리더십' 때문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실제 형제의 난 이후 2015년 7월부터 경영을 이끌어온 신 회장은 형인 신 전 부회장에 비해 압도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한국 롯데 매출(96조원)을 일본 롯데 계열사 매출(4∼5조원)의 20배 넘게 성장시켰다. 이 같은 실적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에게 큰 인상을 줬다는 게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한편 신 회장이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주총 후 신 전 부회장이 "롯데의 사회적 신용, 기업가치 및 관련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경영정상화를 요구할 것"이라며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을 밝혔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9월로 예정된 2심 판결에서 집행유예 이상을 받아내지 못해 경영공백이 장기화 될 경우가 변수다. 신 전 부회장에게 또 다시 경영권 복귀를 위한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수감 중에서도 경영권을 지켜냈지만 공백이 계속되는 이상 형의 반격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수감 상태에서 주주들에게 약속한 지배구조 개선, 호텔롯데 상장, 금융계열사 지분정리 등 산적한 숙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주주들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경영복귀 시점이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