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차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다양한 협업을 통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강조해 온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4일 호주 차량 공유 서비스 선도업체인 '카 넥스트 도어'에 전략적 투자를 통해 2020년부터 차키 없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차량 공유 가능한 신개념 서비스를 현지에서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특히 양사 협업을 통해 전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3일에는 이스라엘 통신 반도체 설계업체인 오토톡스에 전략적 투자를 결정, '커넥티드 카 칩셋 개발' 상호 협력에 나섰다. 2014년 2월 설립한 계열사 현대오트론을 통해 자체 개발을 추진해오다 파트너십으로 전략을 바꿨다. 현대차는 이번 협력에 현대오트론도 참여시키기로 했다.
올해 1월 CES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사진 우측)과 자오용 딥글린트 CEO가 기술 협력 파트너십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에는 폭스바겐그룹 아우디와 수소전기차 동맹을 맺었고, 핀란드 에너지 기업 바르질라와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 파트너십 협약도 체결했다. 아울러 인공지능 기반 초고화질 카메라 기술을 보유한 중국 스타트업 딥글린트와도 협업을 결정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가 추진하는 자율주행 프로젝트 '아폴로'에도 참여키로 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스타트업인 메타에이브와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옵시스 투자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나섰다.
회사 안팎에서는 정 부회장이 강조해 온 '개방형 혁신'이 본격화됐다고 해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잇따른 협업 발표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이라며 "이를 통해 신기술 개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에게 더 좋은 가치를 접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방형 혁신은 헨리 체스브로 UC버클리대학 교수가 2003년 제시한 개념으로,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해 내부 자원과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경영 전략이다. 과거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사장, 루크 동커볼케 현대 디자인센터장 등 외부 인재를 잇따라 영입하며 '기술 순혈주의'를 깨뜨린 정 부회장은 이 전략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기술 개발 선도기업이 되기 위해 글로벌 전문 기업은 물론 국내외 스타트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 협업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엔 이스라엘 자율주행 업체 모빌아이의 암논 사슈아 회장을 직접 만났고 올해 5월엔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현대 크래들'을 방문했다.
현대 크래들은 현대차가 지난해 설립한 개방형 혁신센터로 유망 스타트업과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 혁신 기술 개발 협력 거점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 이어 이스라엘에도 혁신센터를 설치했다. 올해 3월엔 한국에도 '제로원'이라는 명칭으로 문을 열었다. 정 부회장은 이곳에서 "현대모비스를 통해 전장사업 분야 4~5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략적 기업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는 연말까지 중국과 독일에도 혁신센터를 둘 예정이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