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문식 기자] 부실사업 논란이 끊이지 않던 4대강 사업이 부처 의견을 무시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로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4일 이런 내용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을 발표했다. 4대강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이번이 4번째로,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지목한 건 처음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은 2008년 6월 한반도 대운하 사업 중단을 선언한 이명박 대통령이 두 달 뒤 정종환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하천정비사업을 추진하라고 지시하면서 이뤄졌다. 이 전 대통령은 국토부로부터 제방 보강과 준설로 홍수를 방지하는 사업계획을 보고받고, 보 설치를 비롯해 인수위 때 한반도대운하TF에서 나온 자료를 계획에 반영할 것을 지시했다.
애초 국토부는 2009년 2월 중순 최소수심 2.5~3m면 홍수예방이나 물 부족 대처에 충분하다고 보고했으나, 이 전 대통령은 수심을 4~5m로 할 것을, 4월 중순 경에는 낙동강의 최소수심을 6m로 할 것을 지시했다. 이 전 대통령이 수심을 깊게 만들도록 지시한 건 차후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사업은 이후 국토부의 기술적 분석 없이 같은 해 6월 최종 계획이 발표됐다.
당초 국토부가 2010년 1월 착공해 2012년 완공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완공을 1년 앞당기고 환경부가 보통 5~10개월 걸리는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2~3개월로 단축한 것 역시 이 전 대통령의 지시라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다만 감사원은 이 전 대통령의 이런 지시들의 위법성을 판단할 근거가 없어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부 절차상 하자 등 위법사례들이 있었지만, 사업이 2013년 초 마무리된 만큼 징계시효(최대 5년)와 공소시효 경과로 징계·수사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4대강 사업은 경제타당성에 있어서도 형편 없는 점수를 받았다. 감사원이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4대강 사업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50년 간 총비용은 31조원인 데 반해, 총편익은 6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1.0을 넘어야 경제성이 있다고 보는데, 4대강 사업은 0.21에 그쳤다.
이명박정부가 사업 목적으로 내세운 홍수피해 예방효과는 분석기간 비가 적게 내리면서 전혀 없는 것으로 나왔으며, 2020년 기준으로 전국의 생활·공업·농업용수 등 물 부족량에 4대강 사업의 기여도는 4.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질도 대체적으로 사업 이후 악화했다.
조문식 기자 journalm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