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향한 관세 부과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양국은 갈등의 봉합은 고사하고 대립각을 지속하며 글로벌 무역 환경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두 나라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이해득실을 따져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한국무역협회가 4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미중 통상분쟁 영향 및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가 4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미·중 통상 분쟁 영향 및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통상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전쟁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사태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거시적 관점의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정적 여파만을 걱정하기보다는 양국의 통상 분쟁 속 기회 요인 포착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오는 6일 미국과 중국은 상대국의 수출 품목에 대해 최대 25%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관세 폭탄의 포문은 미국이 열었지만 시차를 고려하면 중국의 관세 부과가 먼저 시행된다. 관세 발효 시점이 다가옴에도 양국은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푸젠성 푸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대해 D램 및 낸드플래시 관련 26개 제품의 중국 내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예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해당 제품이 마이크론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타격이 크지는 않겠지만,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이 같은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마찰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라는 경제적 동기를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제조2025'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기저에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은 "중국의 부상을 초장에 막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며 "이를 위해선 반덤핑, 세이프가드 조치 등 지금까지 사용했던 수단과 전혀 다른 카드를 내세울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우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기조이지만 이번만큼은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어 충돌을 빚었다는 것이다. 양 소장은 "두 나라의 통상분쟁은 대화, 강경대응, 개방대응의 순서로 이어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론 중국의 개혁개방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6일로 예정된 양국의 관세 부과도 "일단은 시행이 되겠지만 곧 협상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국의 무역 갈등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박천일 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한국의 대중 수출 품목 중 재가공돼 미국으로 가는 것은 5%에 불과하다"며 이 같이 예측했다. 다만 그는 "생산공정이 복잡한 산업의 경우 최종 소비자 확인이 어려워 직간접 피해는 늘어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미중 통상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긴 호흡으로 경쟁력 제고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 소장 역시 "미국과 중국의 상호간 제재에 반사효과가 예상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개방 범위 확대, 지재권 보호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한국 기업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