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인도·싱가포르를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전쟁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해 북한·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자신들도 종전선언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중국이 언급되지 않아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12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순방 출국 전 진행한 싱가포르 최대일간지 ‘더 스트레이트타임즈’와 인터뷰에서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기와 형식 등에 대해서는 북한, 미국 등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며 현재 남북 및 북미 간 추가적인 협의가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전선언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정치적인 이벤트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관련 중국은 판문점선언에 담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 적극 추진’ 방안을 놓고 한반도 문제 주요 당사자인 자국이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표시해왔다. 중국의 종전선언 배제는 향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의 협조를 얻는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그런 문제에 대해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 관련 당사국들과 논의를 진행 중에 있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올 가을 평양방문 준비상황을 묻는 질문에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과 실천이 쌓여가는 과정이 곧 가을 평양정상회담의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 가을 평양에서 남북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미 연합군사훈련 유예 결정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한미 양국이 최근 북한의 태도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의 관심사항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다만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한미동맹 문제이지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논의될 의제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6·12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것을 두고 “싱가포르 정부와 국민들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아주 훌륭하게 뒷받침해주셨다”며 “남·북·미 모두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했고 그 과정에서 보여준 헌신적이고 책임감 있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는 그동안 남·북·미와 꾸준히 소통해 왔으며 올해는 아세안 의장국까지 맡고 있다”며 “싱가포르가 갖고 있는 이같은 자산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실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20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러시아 합동취재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