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폭증하는 맞춤형 반도체 수요에 대비해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TSMC·글로벌파운드리·UMC에 이은 4위다. 퀀텀점프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회사측 판단이다. 파운드리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투자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첫 만남을 통해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당부한 만큼 파운드리 관련 국내 투자가 진행될지도 주목되고 있다.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1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18'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의 아이디어와 장비업체 등과 협업을 강화해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이 메모리반도체 성장 한계로 파운드리 사업에 나선다고 하지만 제 생각에는 아니다"라면서 "팹리스가 설계한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파운드리를 만들기 위해 최고 기술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11일 나노코리아2018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파운드리 시장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카 등을 구현하는데 핵심인 시스템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수요는 물론 이를 주문에 맞춰 생산해주는 파운드리 시장도 갈수록 커질 것이란 얘기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규모가 2016년 569억달러에서 2021년 831억달러 규모로 추정했다.
삼성전자는 선제적 대응을 위해 지난해 5월 시스템LSI 사업부에 있던 파운드리를 떼내 사업부로 격상시켰다. 사업부 출범 이후에는 미국·유럽·일본 등지에서 파운드리 포럼을 열고 글로벌 고객들에게 사업을 소개해왔다. 올해는 5월 미국, 6월 중국에서 개최한 후 이달 국내에서도 진행했다. 9월 일본, 10월 독일에서도 포럼을 열 계획이다. 미세공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고효율·고성능 반도체를 만들 수 있고, 생산성도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적용한 7나노 공정 시험생산을 앞두고 있다. 2020년까지 3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내부 목표도 세웠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 힘을 싣는 만큼 국내 투자로 확대될 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는 2016년 13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27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와 시설 투자가 급증했다. 때문에 올해는 지난해보다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1분기 경영컨퍼런스콜에서도 "올해 투자 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투자가 컸던 만큼 전년 대비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에 화답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추가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만약 투자가 진행된다면 파운드리 분야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은 미국 오스틴 공장뿐이다. 국내 투자 강화 차원에서 지난 2월 착공에 들어간 화성 신공장 추가 투자 가능성도 거론된다. 재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연구개발(R&D) 강화 차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내 투자가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