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이진성 기자] 올 상반기 취업자수 증가폭이 작년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고용지표가 악화된 데는 인구 구조 변화에 더해 제조업·건설업 경기침체와 맞물려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인구구조적인 문제라고만 탓하기엔 여러 요인이 얽혀있어 고용 악화가 장기화되고 고착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0만6000명 느는데 그쳤다. 이는 2017년 6월 30만2000명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문제는 이 같은 증가폭이 최근 5개월간 계속 이어졌다는 점이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지난 2월 10만4000명 증가에 그친 이후 3월 11만2000명, 4월 12만3000명, 5월 7만2000명에 머물렀다. 6월 취업자를 직업별로 보면 서비스 종사자는 9만4000명, 사무종사자는 7만5000명, 전문가 및 관련종사자는 6만2000명 증가한 반면 기능원 및 관련기능종사자와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는 각각 10만1000명, 7만1000명 감소했다.
정부는 고용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인구구조 변화를 꼽고 있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작년 8월 감소로 전환된 이후 올해 들어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생산가능인구는 지난 4월 6만6000명 감소, 5월 7만8000명 감소, 6월 8만명 감소로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생산가능인구가 오는 2020년에는 24만명, 2024년에는 34만명이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년 대비 31만명 증가했는데,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가 진입하는 2020년에는 44만명 급증해 2025년에는 총 1000만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작년 말 올해 취업자 수 증가 예상 규모를 연평균 32만명으로 발표했다. 인구구조적인 문제가 분명히 있겠지만 일자리 정부인만큼 여러 정책을 통해 작년과 같은 수준의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가 일자리 추경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했어도 올 상반기 취업자 수 증가폭이 14만2000명에 그친 점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것인지는 증명할 자료가 확보되지 않아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면서도 우리 경제의 고용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최저임금 여파가 고용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축적된 자료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용변화를 보면 올해 들어와서 1월을 제외하고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인구구조를 반영하더라도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확실하게 최저임금 영향을 보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확보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마련돼 있지 않다"며 "다만 우리가 연구한 결과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줄고 임금이 감소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특히 영세업체의 경우 채용도 줄이고, 소비도 줄기 때문에 경제영향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을 받는 취약계층 근로자의 피해가 더 큰 상황에서 주 52시간까지 도입되면 상황은 더욱 고용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6월 발간된 OECD경제보고서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파급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는 취약한 기업에 특히 해로울 수 있고 저 숙력 근로자의 고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하늬·이진성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