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남북한, 경제공동체로 향할 것…비핵화·평화 기반한 새 경제지도"

'싱가포르 렉쳐' 연설…"한반도 평화, 아세안 등 역내 새로운 경제동력 만들 것"

입력 : 2018-07-13 오후 1:35:06
[싱가포르=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남북은 경제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아세안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가 주최한 ‘싱가포르 렉쳐’의 연사로 나섰다. 문 대통령은 “한국에는 싱가포르나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또 하나의 기회가 있다. 바로 남북 경제협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남북 정상회담은 그 시작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누구나 꿈이라고 여겼던 일”이라며 “한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미중일러 주변 4강의 협조를 얻어 함께 한반도 문제를 풀어갈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인식을 함께해왔다”며 “한미 양국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부터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는 ‘역사적 대전환’의 모든 과정을 함께 해왔으며, 앞으로도 함께해 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긴밀한 소통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다”면서 “남북 관계 정상화는 북미 관계 정상화에 이어 북일 관계의 정상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북일 관계 정상화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작년 12월에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자’는 공동의 입장을 확인했다”면서 “지난달 러시아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는 남북러 3각 협력을 준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나는 그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 번 만났다. 김 위원장은 이념대결에서 벗어나 북한을 정상국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매우 높았다”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약속을 지킨다면 자신의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결코 순탄치 않은 길이지만 정상 간 합의를 진정성 있게 이행해 나간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 이행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한국과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한다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하루빨리 평화체제가 이뤄져 경제협력이 시작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판문점 선언’과 ‘센토사 합의’가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합의로 기록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며 비핵화를 위한 북미협상에서 역할을 할 의지를 드러냈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문 대통령은 북한과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와 아세안 국가들의 역할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다자회의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남북단일팀이 참가할 8월 인도네시아 아시안 게임 등을 언급하고 “한국과 아세안 간에 이미 구축돼 있는 다양한 협력과 교류 증진의 틀 내로 북한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세안이 운영 중인 여러 회의체에 북한을 참여시키고 북한과의 양자 교류 협력이 강화되길 바란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 아세안은 북한과 호혜적인 경제 협력관계를 맺었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을 통해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북한과 아세안간의 경제협력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정착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세안과 한국, 북한과 유라시아 경제를 연결하는 접점이 돼 아세안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싱가포르의 오피니언 리더를 비롯해, 외교단, 동포, 유학생 등 400여명이 청중으로 참석했다. 싱가포르 렉쳐는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가 싱가포르 외교부의 후원을 받아 자국을 방문하는 주요 정상급 인사를 초청해 연설을 듣는 행사다.
 
1980년 10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시카고대 교수를 시작으로 문 대통령이 42번째 연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11월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를 주제로 연설했으며, 아베 일본 총리, 시진핑 주석, 모디 인도 총리 등도 연사로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평화와 협력, 새로운 미래를 위한 도전”을 주제로 한 ‘한-싱가포르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싱가포르=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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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