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은행권이 대·내외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외화자금조달에 나섰다.
한·미 간 금리역전 폭이 커진 상황에서 미·중 통상마찰과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따른 조치다. 이들 은행은 특히 국제신용등급 개선을 발판 삼아 채권을 발행하는 동시에 금융업권간 협업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담당 직원이 외화를 검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총 7300억원 규모의 무보증 무담보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국내에 발행되는 무기명식 신종자본증권은 4000억원이며, 미국과 아시아 등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한 자본증권(후순위채)는 3362억원 규모다.
이번 발행은 내년 초로 예정된 금융지주사 출범을 앞두고 자금 확보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타기본자본 확충을 통해 BIS 기본자본비율 및 총자본비율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언급했다. 올해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리 자금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4월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Moody’s)로부터 기존보다 한단계 상승한 ‘A1’ 등급을 받고, 지난 5월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도 발행한 바 있다.
신한지주(055550) 또한 해외채권발행을 검토 중이다. 지난 5월 무디스로부터 신용평가등급 ‘A1’을 획득하면서 첫 해외 채권 발행에 나서는 것이다. 무디스는 채권 발행시 기준이 되는 독자등급(BCA)을 신한은행과 동일한 수준인 A3으로 평가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국제신용등급을 보유한 신한은행(Aa3)과 함께 외화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을 ‘투자등급’으로 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발행 수요가 풍부한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본 확충 조달기반을 마련하고, 외화 신종자본증권등의 발행을 통해 지주사의 조달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해외채권 발행을 위해) 시장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회사들이 채권 발행에 나서는 것은 미국의 하반기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 된데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 확산 등으로 자본유출과 건전성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선제적 방어로 분석된다.
실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또한 지난 1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우리경제의 대외건전성은 양호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미중 무역 분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기업이나 수출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최근 몇 개월간 상당히 커졌고 국내금융시장도 영향 받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격차로 인한 자금 유출 확대 가능성 등 불확실성 요인의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은행권은 타 금융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 수협은행은 우리은행과 외환업무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외화자금 이체와 무역금융 거래 등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구은행은 중국공상은행과 ‘외화조달라인 강화 및 코레스업무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의를 맺고 ‘원-위안 상호커미티드라인'의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원-위안 상호커미티드라인'은 자국소재 상대방 지점에 2억위안 한도의 자국통화를 만기 1년이내 언제든 차입 가능하도록 한 계약이다. 이는 상호간 약정수수료를 면제하고 자금 조달 면에서도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외화예금 고객 확보에도 힘을 싣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30일부터 외화양도성예금증서(CD) 특약상 가입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개인, 국내법인 등 외국환거래법상 '국민인 거주자'만 가능했던 외국CD는 '국민인 비거주자', '외국인 거주자', '외국인 비거주자'도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국민은행은 올해 9월말까지 KB글로벌 외화투자통장과 KB모바일 외화예금, KB국민UP외화정기예금 신규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SC제일은행은 전화로 매매할 수 있는 ‘외환전문센터’를 열고 외환거래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보유액(6월 기준 4000억달러)이 상당히 많고 은행에서도 외화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강달러가 계속되거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외화조달 여건이 악화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안정적인 외화자금 관리를 위해 채권발행과 자산운용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