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조절에 힘실린 최저임금…정부,일자리 안정자금·EITC '만지작'

정부 '다양한 추가대책 마련중'…전문가들 "EITC 확대가 분배 효과 커"

입력 : 2018-07-15 오후 4:58:40
[뉴스토마토 김하늬·이진성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8350원으로 올해보다 10.9% 인상된 데는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과 같은 두 자릿수 인상률은 유지했지만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기 위한 수준인 15.2%까지는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에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내후년 인상률을 19.8%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조절이 힘을 받은 데는 최근 악화되고 있는 고용지표가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에만 취업자수 증가폭이 14만1800명에 그쳐 작년 35만9800명 늘어난데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지난 2월부터는 5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 안팎 수준에 머물러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흐름을 이어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그간 최저임금 속도조절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해왔다.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임박한 지난 12일에도 "2020년까지 1만원을 목표로 가기보다 최근 경제 상황과 고용여건,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 시장에서의 수용 능력을 감안해 신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과정은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 9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용자위원 9명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이들은 근로자위원 5명과 함께 표결을 통해 자신들이 내놓은 8350원 안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일자리안정자금의 상한을 높이는 등의 방안을 담은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만들어 정부에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보완 정책 추진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작년에도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되자 바로 다음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연착륙 방안으로 일자리 안정자금 도입이 결정됐다.
 
일단 정부는 3조원 한도 내에 일자리안정자금 집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일자리안정자금은 30인 미만 노동자를 둔 사업주가 최저임금을 준수하고, 고용보험에 가입할 경우 월 190만원 미만 노동자에게 1인당 월 13만원을 지급해주는 제도다.
 
올해 3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일자리안정자금은 작년 정부와 정치권이 약속한 사항인 만큼 규모 등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당시 국회 심의에서 여야는 "2019년 이후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한 재정 지원은 2018년 규모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편성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앞서 김동연 부총리는 "일자리안정자금은 상황에 따라 규모 조정은 이뤄질 수 있지만 지원은 계속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최저임금위 차원에서 일자리 안정자금 상한을 높이는 등의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만들어 정부에 건의한다고 한 만큼 상한 여부 등도 검토해야 한다.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ITC는 일하는 저소득 빈곤층에게 가구소득과 연동해 근로장려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30세 이상 단독 가구는 연 1300만원, 배우자나 부양 가족이 있지만 혼자 버는 홑벌이 가구는 연 2100만원, 맞벌이 가구는 연 2500만원 미만의 소득이면 각각 최대 85만원, 200만원, 2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정부는 EITC 소득 기준을 높여 대상자를 늘리고 지급액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작년에 정부는 EITC로 1조1416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이나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으로 조만간 대책 발표를 할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존권에 영향을 받을 취약계층에 대한 정교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소상공인에 집중 피해가 갈 수 있는 만큼 단기 땜질식 방안이 아닌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의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로 인해 어려운 고용상황이 올 것 같다"며 "일자리 안정자금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고, EITC를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분배효과 면에서 보면 EITC가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더 잘 될 수 있다"며 "생산자 입장에서 일단 부담이 없는 반면 저임금노동자는 소득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자칫 재정이 한번 투입되면 계속 들어가는데 재정은 세금인 만큼 한번 지원 하던 것을 다시 안하기는 어렵다"며 "세금을 더 걷으면 경기가 안좋아지는 영향이 있을 수 있어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상공인 등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지만 8000원대 초중반의 10%대 인상률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며 "소상공인 등 부작용이 단기적으로 있을 수 있지만 생산성을 높이는 정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김하늬·이진성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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