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및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천 개입 혐의에 대한 1심 선고와 뇌물수수 등 '국정농단' 혐의에 대한 항소심 구형을 동시에 받는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에 출석하게 된다면 이날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할 전망이다. 먼저 이날 오전 10시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 심리로 '국정농단 사건' 결심 공판이 열린다. 지난 6월1일 첫 준비기일이 시작된 지 채 두 달도 안 돼 결과가 나온다. 항소심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만큼 이번 결심 공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 출석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날 나올 검찰의 구형량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검찰은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징역 24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만큼 항소심과 비슷한 형량을 구형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결심 공판을 진행하고 2~3주 뒤 선고 공판 날짜를 잡는 법원 관례를 생각할 때 이르면 다음 달 초 선고 공판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법원 휴정기이기 때문에 일정이 좀 더 연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법원은 지난 2월27일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대한 1심 결심 공판을 진행한 뒤 약 40일이 지난 4월6일 선고 공판을 연 바 있다.
박 전 통령은 20일 오후 2시에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성창호) 심리로 열리는 국정원 특활비 수수 및 공천 개입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해야 한다. '문고리 3인방'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 등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들로부터 30억원이 넘는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법 위반)가 주요 골자다.
관련자들의 국고손실 혐의가 인정되고 있는 만큼 실형에 무게가 실린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를 방조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안 전 비서관은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이 전 비서관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상납한 혐의로 기소된 남 전 원장은 1심에서 징역 3년,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은 각각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이 혐의별로 실형을 선고받으면 기존 징역 24년에서 형량이 추가된다. 지난달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 혐의에 대해 징역 12년을 구형하고 공천 개입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다만 전직 국정원장과 비서관들 특활비 공판에서 국고손실(횡령) 혐의만 인정되고 뇌물 혐의는 인정되지 않아 박 전 대통령도 비슷한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고리 3인방'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영훈)는 전직 국정원장 1심을 맡은 형사합의32부처럼 크게 박 전 대통령과 국정원장은 수직적 관계인 점·특활비를 관행으로 인식한 점·통상의 뇌물과 다른 교부 방식을 사용한 점·국정원장들의 현안이 있었다거나 얻은 이익이 없는 점을 전직 비서관들의 뇌물방조 혐의 무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국정원 인사 조직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의 직무 및 대통령 지휘·감독 아래 있는 국정원장은 대통령 지시·요구를 함부로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에 있으므로 국정원 자금을 상납했다고 해서 뇌물로서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처음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교부를 요구받은 국정원장들이 청와대·대통령 국정운영과 관련된 관행적인 자금을 지원한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박근혜(왼쪽)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76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