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문고리 3인방'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이 모두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국고손실에 대한 방조 혐의는 유죄가 인정됐으나 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에 대한 방조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특활비를 뇌물로 판단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영훈)는 12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2700만원과 추징금 1350만원을, 이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다만 정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활비 상납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뇌물공여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처럼 특활비의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세 비서관의 뇌물방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직 국정원장들은 청와대에 돈을 전달하는 것을 관행적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고 전달방법을 지시하지도 않았다. 세 비서관들도 은밀하게 돈을 전달받았으나 이것만으로 뇌물로 보기는 부족하다.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할지 사전에 알았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안 전 비서관은 국정원 예산을 마음대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박 전 대통령의 위법한 지시를 이행하며 전직 국정원장들로부터 특활비를 받아 전달했다"며 "2016년 9월 2억원 수수는 박 전 대통령 요구가 아니라 피고인과 이 전 비서관이 주도해 이뤄진 것으로 그전까지 범행에 관여하지 않았던 정 전 비서관까지 끌어들여 범행 정도가 중하다. 이헌수 전 기조실장으로부터 개인적으로 뇌물을 받았음에도 업무와 무관하다고 주장해 진정 잘못을 뉘우치는지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또 "이 전 비서관은 국정원 예산의 목적 등을 잘 알았고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개인 용도로 쓸 수 있게 했다"며 "3년간 32억원에 이르는 돈을 받았고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명절비 등을 지급받기도 했고 국회 조사 등에도 나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전 비서관은 보유 목적과 달리 국정원 자금을 쓰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이 전 실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특활비 일부를 명절비 등 명목으로 지급받은 정황이 있고 피해복구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다만 안 전 비서관 요청에 따라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에게 한 차례 전달했을 뿐 더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2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 예산을 장기간 상납받아 건전한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렸다"며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에게 각각 징역 5년과 벌금 18억원을 구형했다. 안 전 비서관에게는 별도로 추징금 1350만원을 구형했고 정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4년과 벌금 2억원을 구형했다.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매달 5000만원에서 2억원에 이르는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전달하고 국고손실을 초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 됐다. 안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한 것과 무관하게 2013년 5월부터 2015년 초까지 국정원 관계자에게 수차례에 걸쳐 135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도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안 전 비서관과 함께 2016년 9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2억원을 수수한 것과 관련해 공범으로 기소됐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수수에 대한 1심 선고는 불법 공천 개입 공판과 함께 20일 열린다. 이번 선고 결과가 이날 선고에도 예상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 지난달 14일 결심 공판에서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로 피고인은 봉사자라는 정체성을 잊고 착각에 빠져 국정원을 사금고로 전락시켰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년에 벌금 80억원과 추징금 35억원을 구형했다.
안봉근(왼쪽부터),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는 반면 집행유예가 선고된 정호성 전 비서관은 귀가 전 취재진에게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