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기업에 '투자·일자리' 촉구…CEO들 '난색'

백운규 산업부 장관, 12대 대기업과 조찬 간담회…"통상마찰 등 현안 해결이 먼저"

입력 : 2018-07-16 오후 12:09:49
[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정부가 전자, 자동차, 철강, 정유, 화학 등 주요 대기업들에게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촉구했다. 기업 CEO들은 난색을 표명했다. 미국발 통상압력 등 현안 해결이 먼저라는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12대 기업 CEO 조찬간담회를 열었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황각규 롯데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동현수 두산 부회장, 박한우 기아차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오인환 포스코 사장, 손옥동 LG화학 사장, 최선목 한화 사장,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 정찬수 GS 사장, 이갑수 이마트 사장 등이 참석했다.
 
백 장관이 대기업 CEO들과 집단으로 만난 것은 올해 처음이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국내에서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있디"며 "(기업들이)지금까지 우리 경제 발전의 주역으로 큰 역할을 한 것처럼 앞으로도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12대 기업 CEO 조찬간담회가 열렸다. 사진/황세준 기자
 
이같은 발언은 앞서 지난 9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현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백 장관은 "대통령께서 국내에도 투자를 많이 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말씀하셨듯이 기업들이 앞장서길 바란다"고 다시 한 번 촉구했다.
 
그러나 참석한 CEO들은 정부 방침에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윤부근 부회장은 기자와 만나 "(국내 추가투자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면서도 "반도체뿐만 아니라 (가전, 스마트폰, 전장 등) 회사 전체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규모와 지역 등에 대해서는 "아직(미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대신 "4차 산업혁명 관련해 사회 인프라 등 여러 문제들 때문에 인재 영입이 쉽지 않고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큰 숙제"라며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중장기 과제로서 정부가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오갑 부회장은 조선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냐는 질문에 "장관님 말씀 경청 잘 했고 그대로 실행됐으면 좋겠다"면서도 "장관님도 힘들고 회사도 힘들다"고 우회적으로 어려움을 표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해양 야드 가동 중단을 결정하면서 추가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 측의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권 부회장은 이에 대해 "구조조정이 아니라 인력 효율화"라며 "노조도 결국 우리 직원들이므로 (만나서) 얘기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한우 사장은 "오늘은 미국 트럼프정부의 무역확장법 제232조(자동차 추가관세) 발동 관련해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고 일자리 관련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관세 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프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 생산량 (조정)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간담회는 당초 예정했던 시간보다 40여분을 넘겨 끝났다. 산업부는 기업들이 국내 투자 활성화 및 일자리 확대를 위해 규제 개선과 인프라 적기 지원, 세액공제 확대 등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주사 투자 규제 등 신규 투자를 가로막는 제도 개선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산업부는 이달 말 '규제혁신 토론회'를 통해 기업 의견을 한 번 더 듣고 입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국회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통상 마찰 관련해서는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록 민관 합동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수출 체질 개선, 신남방 및 신북방 시장 개척 등을 지원한다.
 
백 장관은 "기업들의 투자에 어려움이 있다면 장관인 제가 나서서 해결하겠다"며 "혁신성장을 막는 규제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걸림돌이 된다. 근로시간 단축 역시 산업 현장에 잘 안착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하반기에 업종별로 기업 애로 실태조사를 진행해 R&D 인력 등 여러 분야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개선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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