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1달 동안 서울 강북구 삼양동으로 이사오면서, 지역 현안 해결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박 시장의 현장체험을 '전시행정'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지만 의심 보다는 기대로 쏠린 것이 현장의 분위기였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오는 22일 오후 6시부터 삼양동에 있는 30.24㎡ 면적의 조립식 단독주택 2층에서 1개월 동안 거주한다. 서울시장의 힘이 가장 필요한 지역에서 동고동락하며 동네 주민 의견을 듣고 체감도 높은 정책을 만들려는 취지다.
이날 방문한 박 시장의 임시 거처는 주택이 밀집한 좁고 가파른 언덕길에 있었다. 폭이 3m 정도로 차량 2대가 나란히 다닐 수 없는 너비였는데, 차량 수 대가 줄 서서 주차돼있었다. 한 차주는 "출근할 때마다 일일이 전화해야 차를 몰고 나갈 수 있다"며 "차주 1명이 집 밖으로 나오는데만 5~10분은 걸린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거의 한결같이 지역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불편한 언덕길 개선이라고 지적했다. 주차 문제 때문에 주민끼리 다투는 것은 물론이고, 길이 협소하고 경사가 가팔라 충돌 사고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차가 이동하다가 주차 차량을 긁는가 하면, 오토바이를 받기도 한다. 길을 근본적으로 보수하지 않고 땜질만 계속하거나, 울퉁불퉁한 지점도 많아 도보나 차량으로 다니기에 불편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눈 오는 겨울에 위험하다는 호소도 있었다. 서울시 직원과 취재진 등으로 평온한 골목이 붐비고 시끄러워진다는 염려가 없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은 잠시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해결을 보고 말겠다는 분위기였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72세 노모 할머니는 "20년 넘게 이야기만 나온 재개발도 문제지만, 재개발 안되더라도 길은 꼭 넓혀달라고 박 시장에게 말할 것"이라며 "할 수만 있으면 집주인들에게 보상을 해서라도 넓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공영주차장을 지어달라는 주민도 많았다. 삼양동에서 30년 거주하고 있다는 A씨는 타 지역에서 자영업을 하다가 이날 짬이 생기자 잠시 삼양동으로 왔다. 박 시장이 온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A씨는 "수유2동 같은 달동네에도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왜 여기는 없어서 주택 앞에 불법 주차를 하게 하는가"라며 "기회되면 공영주차장 만들어달라고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행의 어려움 말고도 다른 불편사항들도 제기됐다. 65세 인구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17%에 이를 정도로 노인이 많지만 경로당은 1곳도 없으며, 근처 아파트들의 단지 내 상가들로 인해 주택밀집지 근방의 상권은 지지부진했다.
20일 오후 지역 주민이 서울 강북구 삼양동 주택밀집지 언덕길을 지나가는 와중에, 왼쪽 상단에 옥탑방이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는 22일 저녁 6시부터 해당 옥탑방에 입주하기로 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