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대기업의 온라인 사업 확대를 바라보는 업계와 시장은 시각이 엇갈린다.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그나마 창의적인 생태계가 유지돼온 온라인 시장이 결국은 자본력에 의해 장악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기존 이커머스 업계는 우선 온라인 시장의 파이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커머스 업계를 이끌어 온 소셜커머스 업체, 이베이코리아 등이 특히 그렇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그동안 온라인 쇼핑은 오프라인에 가려져 있었는데, 대기업들이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면 유통의 메인스트림이 바뀌게 되는 셈"이라며 "이커머스 업계 자체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티몬 관계자도 "온라인 시장에서 플레이어가 많아진다는 것은 결국 시장이 확대된다는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대형 백화점에 가서 구매하기 보다는 온라인쪽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온라인 시장 내 자영업자들이 시장에서 내몰리거나 대기업 플랫폼 귀속돼 독립성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온라인 시장은 전통적으로 소자본으로 창업해 대박을 꿈꿀 수 있는 창의적인 생태계로 꼽혔지만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하면 결국 자본의 논리가 관철되는 대기업들의 영토로 바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 사업자들이 독립성을 잃어가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오프라인 쪽에서도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가 사회문제로 등장했지만 온라인도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소상공인, 영세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형사업자는 쿠폰, 할인권 등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지만 소규모 업자들은 카드수수료, PG(전자결제대행)수수료 내기도 힘들어서 시작부터 차이가 벌어진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온라인사업자들이 애써 일군 몰을 떠나 오픈마켓, 종합몰 등에 귀속되는 식으로 독립성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특히 수수료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이나 플랫폼 사업자들은 규모를 키우는데 집중하기 때문에 입점 수수료를 크게 책정하지는 않지만 상단링크 노출율, 파워링크 등의 노출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에는 엄청난 수수료 부담이 있다"며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 팔면 매출은 오르지만 실질적인 마진은 거의 없게 되는 게 문제"라고 우려했다. 대기업 자본이 들어오면 시장의 파이가 커지지만 기존 상권을 무너뜨리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결국은 온라인 소상공인의 시장을 빼앗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종합몰에 입점할 경우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 16년간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며 쇼핑몰창업을 도왔던 온라인쇼핑몰 창업 전문가 김민갑씨에 따르면 국내 쇼핑몰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들의 판매 수수료는 자체몰을 개설한 경우(카페24, 메이크샵 등 솔루션 이용) 3.5%, 오픈마켓(G마켓, 옥션, 11번가) 등이 12%, 소셜커머스 15~20%이지만 전문몰은 25%, 백화점 등 대형종합몰 등은 30~35%를 차지한다.
이처럼 수수료 차이가 큰 것은 그만큼 종합몰에 입점했을때 판매, 마케팅의 효과도 높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면 온라인 자영업자들이 종합몰의 마케팅에 의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심화될 수 있다. .
온라인 시장의 전통적인 생태계인 농수산물 및 신선식품 시장이 대기업의 먹거리 사업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 청과식품 관계자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인터넷 몰이 대기업 몰의 광고나 마케팅을 따라갈 수 있겠느냐?"면서 "대기업이 소상공인들에게 상생 기회를 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오픈마켓 등의 판매 수수료율을 공개하는 법률안, 오픈마켓 입점 업체와 오픈마켓 간의 불공정거래 규제 등의 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돼있긴 하다. 하지만 여야간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유통공룡들의 시장 진출에 온라인 자영업자들의 불안감만 커져가고 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