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세월호 민간인 사찰,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와 법무부가 ‘군·검 합동수사기구’를 구성해 공동으로 수사에 나선다. 군·검 합동수사기구 구성은 1999년 병무비리 합동수사, 2014년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에 이어 세 번째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기무사 작성 문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의 중대성과 민간인도 주요 수사대상자로서 민간 검찰과의 공조 필요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전날 만나 군·검 합동수사기구 구성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와 법무부는 이른 시일 내에 군 특별수사단장(전익수 공군대령)과 민간검찰을 공동본부장으로 하는 합동수사기구를 구성할 예정이다. 박경수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금일 오후부터 대검찰청 공안부와 협의를 시작해 수사기구 성격과 공조방안 등을 구상할 예정”이라며 “양 기관이 독립적으로 수사를 하되 수사내용·방법에 대해서는 공조를 하면서 진행하는 것으로 큰 틀에서 합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군과 민간검찰 합동수사기구 설치로 현재 민간인 신분인 핵심관계자 대상 수사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6일 공식 업무를 개시한 군 특별수사단은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는 독립수사기구로 출범했다. 해·공군 출신 군검사 15명과 수사관(부사관) 등 31명으로 구성된 특수단은 수사1팀(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과 2팀(기무사 계엄령 문건 검토)으로 각각 나뉘어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특수단은 군 조직이라는 특성상 민간인 신분 핵심 관계자는 참고인으로만 조사할 수 있다는 한계를 보여왔다. 군·검 합동수사기구가 꾸려지게 되면서 현재 민간인인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특수단은 소강원 현 참모장을 비롯한 현직 기무사 요원 수사에 전념한다. 특수단은 기무사 뿐만 아니라 육군본부와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수도기계화사단 등 계엄 검토문건에 언급된 모든 부대에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청와대가 지난 20일 기무사 계엄령 문건 중 새로 입수한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언론에 공개한 가운데, 이를 타 부대에서도 다룬 것이 입증될 경우 파장은 커진다. 특수단의 수사도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박경수 국방부 법무관리관(왼쪽)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수사하는 민군 합동수사본부 출범 관련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