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지난 27일 취임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던진 화두는 ‘함께’였다. 권오준 전 회장이 ‘위대한 포스코(POSCO the Great)’를 내세우며 최고의 회사를 지향했다면, 최 회장은 ‘포용’의 리더십으로 “사원·주주·지역사회·지식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조정자를 자처했다.
작게는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졌던 안팎의 잡음을 잠재우고 미래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크게는 한국 산업을 이끄는 주축 기업의 하나로서 포스코가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더불어 함께 성장하고 배려하고 공존, 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포스코가 될 것”이라면서 “포스코는 더욱 강한 기업이 될 것이다.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환경 등 사회적 이슈에도 적극 참여해 사회 경쟁력이 오래 지속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포스코
'함께’를 실천하기 위해 최 회장은 ‘개방’을 강조했다. 당장 신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외부 전문가를 총괄책임자로 영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새로운 사업적 마인드를 가진 전문가를 영입해 (이제까지의) 포스코와는 다른 좀 더 진취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서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그동안 엔지니어들이 회장을 많이 하면서 여러가지 효율성이 떨어지는 기술이나 공정이 제철소에 잔존하고 있다. 경제성이나 상업적 측면에서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는 등의 말로 혼혈주의 문화의 폐단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또 “신뢰와 창의로 거듭나는 포스코를 만들기 위해 능력과 성과에 기반한 공정한 인사를 실현, 연고주의나 파벌주의 같은 문화가 싹트지 못하게 하겠다”면서 “신성장 사업 등 미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직급운영, 성과보상 등에서 유연한 인사체계를 마련함으로써 그룹사간 이동을 원활히 하고 우수 인재를 전진 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첫 그룹 조직개편 및 정기 인사에서 파격 수준의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최 회장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망라한 ‘소통’을 추진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강력하게 실행하기 위해 경영진, 사외이사,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기업시민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후보자 시절 외부 의견 수렴 창구인 ‘러브 레터’를 개설,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최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포스코의 사회적 책임 실천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일단 그는 경제 활성화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1조원 규모로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중소 공급사와 혁신 성과를 공유하는 ‘베네핏 쉐어링’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내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응하기 위함이다.
최 회장은 포스코 50년 역사상 첫 ‘비 엔지니어 출신 CEO’다. 이에 대해 그는 “한 회사에 30년 정도 하면 그 회사, 그 업에 대한 전문가가 아닌가 생각을 한다”며 “저는 철강 전문가는 아니지만 철강업 전문가”라며 포스코를 경영하는 데 있어 문제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타 후보에 비해 정치권과 사내 특정 세력 등의 영향력을 받지 않았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 회장이 진정한 포스코 CEO로서 입지를 굳히려면 실적으로 답해야 한다. 어떤 리더십으로 조직을 장악해 성장을 위해 뛰는 포스코를 만들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