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R&D가 미래"…단기 수익성 하락에도 투자 확대

2분기 주요사 투자 움직임 눈길…시장구도 변화 따른 생존전략 차원

입력 : 2018-08-02 오후 1:32:06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줄줄이 2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 가운데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R&D 투자에 인색하다고 평가됐던 회사의 전향적 태도를 비롯해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 투자 규모를 늘린 모습도 두드러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한양행과 GC녹십자, 한미약품 등 주요사들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R&D 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각 사별 매출 기록 경신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장기적 관점의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1위 유한양행은 2분기 R&D 비용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253억원을 사용했다.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6.1% 줄어든 투자 규모로 R&D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터라 눈에 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조4000억원의 매출액으로 2년 연속 국내 제약사 매출 선두를 유지했지만 전체 매출의 7.1%만 R&D에 투자하며 상위 제약사 평균 1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오스코텍으로부터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한 비소세포성폐암치료제(YH25448)을 비롯한 오픈이노베이션에 박차를 가하며 R&D에 꾸준히 무게를 싣는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유한양행의 R&D를 바라보는 시장 평가도 우호적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퇴행성디스크 치료제(YH14618)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등 R&D 기술력이 입증 받고 있다"며 "YH25448의 임상 2상 결과 및 기술이전 등 유한양행 R&D 성장 동력에 대한 기대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은 R&D 투자 확대를 위해 단기적 수익성 악화도 불사한 경우다. GC녹십자는 2분기 매출액 3418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1.5%나 감소했다. 독감백신의 수출 감소도 영향을 미쳤지만, 지난해 2분기 대비 20% 가까이 늘린 316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한 것이 수익성 악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전체 R&D 투자 역시 지난해에 비해 30% 늘린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은 매출액의 20%를 연구개발에 쏟아 부었다. 241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2분기 485억원을 R&D 투자로 돌렸다. 7.4%의 영업이익 감소 속에서 집행한 투자라 눈에 띈다. 자체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이 증가한 만큼 단기적 수익성을 쫓기보단 성과 도출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과거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 수출을 계기로 제약업계 연구개발 중요성은 정설이 됐지만, 최근 새삼 부각된 이유는 R&D 투자 비중이 높은 바이오기업의 급부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연간 매출액의 20~30%대를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입해 온 셀트리온의 경우 2016년 6705억원에서 지난해 9490억원으로 껑충 뛰며 전통 제약사들을 압도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 같은 구도변화와 내수 시장 포화 및 복제약 범람이라는 한계에 다다른 전통 제약사들 역시 중장기 경쟁력 제고를 위한 R&D 투자에 잰걸음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R&D 비용의 자사 처리 등이 문제가 되며 발목을 잡긴 했지만, 신약 개발이 수익성 증대의 핵심인 제약사 입장에서 R&D 투자 확대는 필승 전략인 동시에 항상 풀어야 하는 과제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줄줄이 2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 가운데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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