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국내 제조 발사르탄에서도 발암가능 물질 검출"

중국 원료 사용한 국내사 대봉엘에스 제품…병의원·제약사 모두 혼란 가중

입력 : 2018-08-06 오후 2:41:44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중국 제지앙 화아이발 발암물질 고혈압치료제 원료 사태로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또 다른 중국 원료를 사용한 국내 제조 발사르탄(고혈압치료제 원료)에서도 발암가능 물질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오전 식약처는 발사르탄 관련 중간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국내 제조사인 대봉엘에스의 발사르탄 일부 제품에서도 발암가능 불순물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기준치(0.3ppm) 이상으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최대 4.89ppm의 발사르탄이 검출된 대봉엘에스의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은 현재 22개 회사가 판매 중인 59개 품목이다. 해당 의약품들은 즉각 판매·제조가 잠정 중지되며, 6일 오전 12시까지 복용한 환자 수는 총 18만1286명으로 파악됐다. 최근 3년간 대봉엘에스 발사르탄 생산량은 국내 전체 발사르탄 원료의약품 시장의 3.5% 수준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제지앙 화하이의 발사르탄 NDMA 검출 이후 식약처가 실시한 국내 수입·제조되는 모든 발사르탄 품목에 대한 조사에서 밝혀졌다. 그동안 식약처는 NDMA 발생 가능성이 높은 제조공정을 시작으로 국내 모든 발사르탄(52개사, 86개품목)에 대해 순차적 자료 검토 및 수거검사를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제지앙 화하이와 유사한 제조공정으로 제조된 24개사, 31개 품목에 해당하는 발사르탄 가운데선 NDMA 잠정 관리 기준을 초과한 제품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그 외의 추가 확인이 필요한 발사르탄 31개사, 46개 품목을 진행하던 중 중국 주하이 룬두의 원료를 수입·정제해 발사르탄을 제조하는 대봉엘에스 제품의 문제를 발견해냈다. 
 
식약처는 향후 발사르탄 내 불순물인 NDMA 관리 강화를 위해 기준치를 0.3ppm 이하로 설정해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제지앙 화하이가 제조한 발사르탄 외 다른 원료의약품에 대한 추가 조사도 진행 중이다. 또 발사르탄에 함유된 NDMA 함량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검출 제품을 복용했던 환자들에 대한 영향 평가도 진행 중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허가된 제품 가운데 최고 용량인 320mg 제제를 3년동안 복용한 경우 1만1800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추가적인 영향평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공받은 환자 정보를 활용해 진행 중이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4년 동안 320mg을 복용한 경우 자연발생 발암 가능성에 더해 8000명 중 1명이, 유럽의약품안정청(EMA)은 같은 용량은 7년간 복용 시 5000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중간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조사 진행에 따라 초기 219개 품목에서 115개로 급감한 판매·제조 중지 품목에 내심 사태 진정을 기대하던 업계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식약처 발표에 따라 문제 품목이 아닌 발사르탄 의약품을 도입했지만, 해당 의약품이 이번 추가 판매 중지 품목에 포함돼 낭패를 보고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직접적 피해를 보고 있는 병의원들도 문제지만 중국산 원료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산업 특성상 또 다른 중국산 원료가 향후 제약사들에게 어떤 폭탄으로 돌아올지 불안감이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의 발사르탄 제품 이외에 대봉엘에스가 제조한 일부 발사르탄 제품에서도 NDMA 잠정 관리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돼 잠정 판매 및 제조 중지 조치한다고 6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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