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르탄 사태 진정국면? 업계 불안은 '진행 중'

식약처, 현장조사로 판매·제조 중지 품목 절반 감축…업계 "경제손실·반품부담 등 과제 산적"

입력 : 2018-07-11 오후 3:46:01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발암물질 고혈압약' 파문에 처방 환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발사르탄 사태가 다소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200종이 넘었던 초기 판매중지 조치 품목 가운데 절반가량이 구제됐고, 동일 성분의 다른 약을 복용해도 문제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환자 불안이 다소 해소됐다. 하지만 연간 330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과 높은 중국산 원료 비중, 향후 재고 반품에 대한 유통사 불안감 등 제약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한 상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발사르탄 성분 사태 5일째를 맞은 국내에서 처방환자와 업계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환자들의 경우 문제 품목 정리와 대체 가능 의약품 등에 대한 정보로 놀란 가슴이 진정된 분위기지만, 업계는 제약사와 유통사 가릴 것 없이 부담이 커졌다.
  
이번 사태는 지난 5일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발암 의심 물질 확인 및 회수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국내 식약처 역시 7일 중국산 발사르탄 사용 가능성이 있는 219개 품목의 판매와 제조를 잠정적으로 중지했다. 또 현장 조사를 통해 중국산 발사르탄을 사용하지 않은 104개 품목에 대한 조치를 해제하며 관련 품목이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상태다.
 
주말 갑작스러운 발표에 18만명에 달하는 발사르탄 제제 처방 환자들이 일대 혼란에 빠졌지만, 비교적 발빠른 식약처 대처와 동일 성분의 다른 약으로 처방받아도 지장이 없다는 발표가 이어지며 다소 안정된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엔 남은 숙제가 한가득이다. 제약사는 직접적 경제적 손실과 신뢰도 타격을 동시에 입었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이번 발사르탄 사태로 발생한 제약업계 경제손실 규모는 연간 330억원에 이른다. 지난 10일 기준 국내에서 판매 중지된 품목들의 최근 연간 판매 규모를 집계한 수치다. 국내 발사르탄 성분 전체 시장 규모는 연간 2900억원 수준이다. 높은 중국산 의약품원료 의존도에 향후 발생할 제2, 3의 발사르탄 사태에 대한 가능성도 닫아둘 수 없는 상황이다.
 
유통업계는 물량 부족과 향후 반품 부담을 동시에 안게됐다. 고혈압약의 복제약에 사용되는 중국산 발사르탄이 원인인 만큼 오리지널 고혈압 치료제인 노바티스 '엑스포지'와 '디오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 병원 및 약국에서 사재기 움직임까지 감지되며 이달 재고분을 이미 소진한 유통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복제약에 비해 마진이 적은 오리지널약 수요가 늘어나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에서 재고관리까지 어려워져 유통업계는 당황하는 기색이다. 또 식약처에서 판매 중지 품목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각 제약사에 권고한 상태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향후 몰려들 반품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중지 품목이 크게 줄긴 했지만 업계 입장에서 발사르탄 사태는 해결됐다기보다는 진행 중이라고 봐야 맞다"며 "큰 틀에서 보면 자체 신약 개발보다는 일단 매출이 발생하는 복제약에 의존하려는 국내 제약 산업의 특징도 근본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발사르탄 성분 논란으로 제약사와 유통사의 고혈압약 재고 및 반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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