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농협은행, 고객 투자금 관리방법 두고 신경전

빗썸 "법인계좌 보관, 이자 달라" vs 농협은행 "에스크로 성격 별도 분리보관"
"빗썸, 고객 투자금으로 이자장사 하려 한다" 비판

입력 : 2018-08-09 오후 4:19:27
[뉴스토마토 문지훈·백아란 기자] 농협은행과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계약 체결 지연과 관련해 빗썸의 보안성, 개인정보보호 등에 대한 우려가 주된 이유로 알려졌으나 이면에는 이자 지급 여부에 대한 갈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은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고객이 암호화폐 구입을 위해 거래소에 지급한 투자금을 에스크로 방식으로 별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빗썸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빗썸은 기존과 같이 법인계좌에서 관리해 이자를 지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빗썸을 제외한 거래소들은 은행권의 이같은 요구에 거래 중인 은행과 함께 별도 분리보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만큼 일각에서는 빗썸이 거래소 이용 수수료뿐만 아니라 고객의 돈으로 이자수익까지 거두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킹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빗썸이 보안 강화 및 신뢰 회복보다는 은행과의 이자수익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빗썸은 농협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계약과 관련한 협상에서 좀처럼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는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의 은행 계좌와 거래소의 은행 계좌 간 입출금을 허용하는 서비스다.
 
그동안 빗썸을 비롯해 코인원, 코빗, 업비트 등의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는 이용자들이 암호화폐 구입을 위해 거래소 측에 지급한 자금을 법인계좌에 보관해왔다. 때문에 해당 은행들은 정기적으로 해당 자금에 대한 이자를 거래소 측에 지급해왔다.
 
그러나 지난 4월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와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고객의 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체포되고 해킹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투자자금 보호 및 보안성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졌다.
 
결국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에 해당 투자금을 기존 법인계좌가 아닌 별도 계정으로 분류할 것으로 요구했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고객이 암호화폐 구입을 위해 거래소에 낸 투자금은 고객의 돈인 만큼 거래소 명의의 계좌에 예치할 경우 횡령 등의 우려가 있어 분리시키라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라며 "고객 자산 보호 차원에서 거래소에 이렇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빗썸을 제외한 거래소들은 모두 은행들과 투자금을 법인 명의 계좌가 아닌 별도로 분리시켜 보관하는 데 합의한 상태다. 코빗의 경우 신한은행과의 재계약 조건에 해당 내용을 포함하진 않았으나 분리보관 하기로 합의해 현재 이행을 준비 중이다. 기업은행(024110) 역시 업비트와 협의를 통해 분리보관 방식을 적용하기로 결정해 관련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금융권을 비롯해 관련 업계에서는 빗썸이 이자수익을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농협은행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들의 투자금이 모두 거래소의 법인계좌로 입금됐기 때문에 거래소가 은행으로부터 받는 이자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을 운영 중인 비티씨코리아닷컴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 입장에서는 그동안 적지 않은 금액을 이자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코인 상장을 추진할때 블록체인 업체에서도 해당 거래소의 신규유입이 얼마나있고 건전성이나 신뢰도 같은 것들을 살펴본다"며 "최근 빗썸은 팝체인 상장 논란부터 해킹까지 연달아 악재가 터지며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이자수익을 포기하기 힘들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빗썸은 고객의 투자금을 어떻게 정의할지 결정되지 않아 농협은행과의 협상이 지연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빗썸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은행에 맡기는 고객의 투자금을 예탁금으로 볼지, 고객유보금 또는 교환유보금으로 볼지에 따라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법무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이자 때문에 협상이 지연되는 것은 아니다. 이자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빗썸 을지로센터. 사진/뉴시스
문지훈·백아란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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